역대급 호황 기대하는 조선업계에 드리운 파업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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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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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조연대 공동투쟁 결정
HD현대중·한화오션 파업 전운
사측·노조 시각차 커 협상 난항

향후 수년치 일감이 쌓여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계에 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화오션 등을 포함한 조선사 노조들은 역대급 호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사측이 임금 등 복지 개선에 소극적이라며 공동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각 회사별로도 파업을 진행하거나 파업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일감이 쌓여있는 데다가 숙련공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주요 조선사 노조들이 소속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은 17일 공동투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차 총파업 일자는 8월 18일로 잡았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호황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제시안을 제출한 사업장이 없는 상황에서 공동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각 회사의 노사간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2~24일 쟁의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사는 기본급,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등을 놓고 14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자 노조가 파업권 확보에 나섰다.

한화오션 노조(대우조선지회) 역시 협상 타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5일 하루 동안 거제사업장에서 파업을 진행했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파업 다음날(16일) 진행된 교섭에서도 사측은 기본급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추가 행동을 예고했다.

노사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조선업 호황에 대한 시각차에 있다. 노조 측은 모든 주요 조선소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가 10여년 동안 억제된 임금을 인상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현재 수주하는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려면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급격한 임금 인상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임금 인상 외에 각 사별의 특이 쟁점도 의견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승진거부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노조는 미래 유망 산업인 특수선을 분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검토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 증가에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더해져 역대급 호황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선박의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가 지난 6월 187.2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191.6)에 근접하는 등 영업이익률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HD현대그룹 계열 조선사들과 한화오션의 수주잔고는 각각 77조원과 27조원에 달한다.

과거보다 조선소에서 사내하청 비율이 높아지면서 파업 효과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감이 밀린 현 상황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조선업계가 숙련공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금씩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데 여기에 파업이 더해진다면 생산 지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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