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카카오… 갈 길 바쁜데 ‘사법 리스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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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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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구속기로… 경영쇄신 먹구름
내부선 신사업 등 모두 무산 우려
게임즈 등 핵심 계열사 매각설까지
카카오 “경영권 방어 정상적 매매”

검찰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부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변화 의지를 천명했지만,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경영 쇄신 청사진은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식 시세를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및 고정했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마감일이던 지난 2월 28일 SM 엔터 주가는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12만7600원으로 마감했고, 하이브는 SM엔터 인수를 포기했다.

김 위원장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있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영장 청구에 유감을 표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 지분 매수와 관련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가 없다”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정상적인 매매였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시간 넘게 밤샘 조사를 벌였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이었다. 검찰은 소환조사 당시 김 위원장에게 시세조종을 직접 지시 및 승인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했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이번 영장 청구로 신사업 및 해외 진출 계획이 모두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졌고, 오는 22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 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되자 김 위원장의 구속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에서다.

남부지검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카카오 관련 수사도 조직 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엔터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등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 매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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