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 테리, 북미 정상회담 전 국정원장 면담 주선…체포 후 보석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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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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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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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직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53)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통해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 등을 면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리 연구원의 한국 정부 대리 활동을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했다.

크리스티 M. 커티스 FBI 부국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테리 연구원을 기소·체포한 사실을 공개하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돈과 사치품을 받으며 민감한 미국 정보를 한국 정보기관에 공개하고,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테리 연구원은 10년 넘는 기간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외국 정부가 추구하는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싱크탱크 역할을 악용했다”며 “외국 스파이와 협력해 국가 안보를 위협한 자”라고 지적했다. 테리 연구원은 보석금 50만 달러를 내고, 체포 당일 풀려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의 대리인 활동은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졌다. 테리 연구원은 2014년 여름 외교지 포인 어페어스에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은 대박” 발언을 인용한 글을 실어 당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북 정책을 옹호했다.

테리 연구원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1월 국정원 요청에 따라 서 전 원장과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 및 전직 고위 정보 관리와의 소규모 미팅을 주선했다. 당시 국정원은 테리 연구원에게 ‘비공개 라운드테이블’을 요구했고, 참석을 원하는 미 당국자 명단까지 만들어 건넸다고 공소장은 설명했다. 서 전 원장은 미 당국자들에게 북미 정상 간의 관계와 대북 정책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FBI 조사에서 “싱크탱크에 초대된 자리에서 외국 정보 수장을 만난 사례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매우 비상적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서 전 원장이 테리 연구원을 통해 미 당국자들과 만난 건 2019년 1월 15일로 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 27~28일) 한 달 전이었다.

테리 연구원은 윤석열정부에서는 한·일 관계, 북한 위협 고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등 내용 여론전에 개입했다. 지난해 1월 국정원 직원과 저녁 식사 때는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 대사와 만나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전달했다.

테리 연구원 기소로 한국 정부의 정보활동 약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부차관보가 돌연 사임한 배경이 이번 기소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한 소식통은 “너무 멀리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외국인대리등록법(FARA)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를 접촉한 사람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알기 위한 것으로 법무부의 법 집행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밀러는 이번 사안을 한국 정부와 논의했냐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테리 연구원은 이날 탈북 다큐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테리 연구원은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이날 발표한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후보 목록에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공동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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