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인 메신저 활용한 사기 속출… 日야후 비협조에 경찰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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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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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틱톡샵’앱 설치 유도 사기 성행
카카오톡 아닌 라인 메신저 주로 활용
경찰 개인정보 요청해도 日 묵묵부답

메신저 ‘라인’으로 대화를 걸어 가짜 앱을 설치하게 한 뒤 수천만원을 편취하는 신종사기 범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비슷한 유형의 피해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일본에 본사를 둔 라인야후로부터 이용자 개인정보를 받기가 까다로워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인 운영사인 라인플러스는 “일본이 다른 국가 및 지역과 체결한 상호 사법 지원 조약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 2월 온라인에서 만난 여성 A씨에게 투자 사기를 당해 수천만원의 피해를 본 40대 남성 B씨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A씨는 B씨에게 틱톡의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인 ‘틱톡샵’ 설치 링크를 보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설치된 것은 틱톡샵 인터페이스(UI)를 똑같이 베낀 가짜 앱이었다.

A씨는 틱톡샵에서 상품을 판매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B씨가 앱에 돈을 충전하도록 유도했다. A씨는 충전한 금액으로 상품을 구매해 틱톡샵에 올린 뒤, 거래 마진을 B씨에게 주겠다고 속였다. 계속되는 입금 요청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B씨가 환불을 요청하자 A씨는 그대로 잠적했다.

B씨가 설치하라고 유도한 틱톡샵은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서비스다. 올해 초부터 해당 서비스가 국내에 출시된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모두 오보였다. 틱톡코리아 관계자는 “틱톡샵 사칭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 홈페이지에 관련 사기를 주의하라는 공지문까지 올렸다”면서 “공식 앱에서 발생한 사기가 아니어서 본사가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유형의 피해 신고는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IP 주소와 계좌번호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금액을 이체한 계좌와 통장 명의자가 여럿이라 범죄자를 추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범죄자가 라인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경우에는 수사가 더욱 지연된다. 계정 소유주의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주최가 일본에 본사를 둔 라인야후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법인을 둔 기업은 국제 공조 요청을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경우가 드물다. 경찰 관계자는 “카카오톡 메신저는 국내 기업이라 수사 관련 개인정보 요청이 있으면 빠르게 회신을 주지만, 라인은 인터폴을 통해 국제 공조를 요청해야 한다”며 “라인뿐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 같은 해외 기업은 공조 요청에 대한 회신을 잘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간 우호 관계를 다져 해외 기업의 적극적인 공조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임종인 대통령비서실 사이버특별보좌관(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특정 국가에서 모바일 플랫폼·메신저를 이용한 범죄가 다수 벌어질 경우 해당 국가와 협력해 범죄자들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이들의 활동을 제지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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