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신고자 10명 중 4명 불리한 처우 받아

입력
수정2024.07.10. 오전 11:44
기사원문
한웅희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보복성 고소에 징계 차원 해고까지
갑질 피해자 보호 장치 여전히 부족

직장 내 괴롭힘을 참다 못해 신고한 사람들 10명 가운데 4명은 신고 이후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등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 76조 2항 및 3항)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갑질 피해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21일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43명 가운데 41.9%가 신고 이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2차 가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보복성 고소 남발도 그중 하나다. 2017년 11월 외국계 중소건설업체에 입사한 A씨는 2019년 3월 새로 부임한 회사 대표로부터 “모 임원과 사귀느냐”는 식의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다.

A씨는 2020년 말 관할 지방노동청에 회사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이듬해 2월 대표의 발언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회사의 역습이 시작됐다. 회사 측이 A씨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한 뒤 2021년 7월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3심까지 가는 재판과정에서 A씨는 막대한 소송 비용을 냈고, 삶도 망가졌다.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에선 15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징계 차원의 해고도 부지기수다. 2021년 2월 서울의 한 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 근무하던 간호사 B씨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동료 직원 6명은 동시다발적으로 B씨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센터 심의위원회는 B씨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 가해자에 대한 징계 위원회도 열었다.

그랬던 센터가 갑자기 돌변했다. 신고 이후 센터는 B씨의 업무를 일거수일투족 검증하기 시작했다. 결국 센터 측은 B씨가 업무 보고를 하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한 적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1일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이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자 또는 피해자에게 해고는 물론 직무재배치, 성과평가, 집단따돌림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도 있지만 현실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김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9일 “신고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2차 가해의 유형”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라는 지위가 모든 행동을 정당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피해자를 위한 적절한 법적·제도적 보호 조치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