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둔갑한 공진단… 부산 한방병원의 보험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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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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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진료서 발급 실손 10억 챙겨
의료진·가짜 환자 등 100여명 적발

피부미용을 도수치료로 꾸며 허위 진료기록으로 수억원의 실손보험금을 챙긴 의료진과 가짜 환자 등 보험사기 일당 100여명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과 부산경찰청은 한의사와 전문의, 간호사, 가짜 환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 103명을 지난달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가운데 병원장 A씨와 간호사 B씨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료법 위반, 허위진단서작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부산 사상구 한 한방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피부미용이나 보약(공진단)을 제공하고 도수치료, 고주파 등을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서를 발급하다 꼬리를 밟혔다.

한의사인 병원장 A씨는 70대 고령 전문의를 채용한 뒤 양방 치료도 하는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해당 전문의는 치매를 앓고 있었으며, A씨는 실제 처방·진료 기록을 간호사 B씨에게 작성하도록 하는 등 보험사기를 기획했다. B씨는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보험사기를 권유하고, 결제된 금액에 상응하는 공진단과 피부미용 등을 제공하도록 병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도수치료 명부에 보험사기 유형을 색깔별로 구분하는 등 치밀하게 관리했다. 고주파 의료기 사용 횟수를 채우기 위해 환자가 아닌 베개를 상대로 가동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받은 허위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제출해 실손보험금 10억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평균 1000만원이다.

A씨 등은 또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공급받는 대신 의약품 공급업자에게 1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도 받는다. 공급업자는 원가의 2~3배에 주사제를 병원에 납품하고, 병원은 다시 3~4배의 이윤을 남기는 식으로 운영했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이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조직형 보험사기를 기획조사한 뒤 지난해 11월 경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은 주요 증거물을 숨기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했지만 금감원과 공조해 전모를 밝혀냈다”며 “2억5000만원 상당의 피의자 부동산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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