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통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이른바 ‘골프모임 단톡방’을 공익신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변호사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이모씨와 지난해 8월 통화한 녹음 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이 녹음 파일에 담긴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이 통화에는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거취와 관련해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VIP는 통상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어 A씨가 “지금 떠오르는 게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씨는 “원래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자신이 임 전 사단장을 도왔다는 취지의 말을 하거나 “언론 때문에 시끄러워져서 골치 아프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해병대 출신인 이씨와 A씨, 전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 등이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추진했다는 정황이 공개되면서,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 통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청문회에서 “해당 골프 모임이 추진되는 자체를 알지 못했고 그분(이씨)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휴대전화에 그분 전화번호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임 전 사단장은 그러나 이 같은 로비 의혹에 대해 ‘시기상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JTBC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누군가에 의해 소위 로비가 있었다면 늦어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결재를 번복한 7월 31일 이전에 이뤄져야 했다”며 “그때까지 이씨 등이 이 전 장관의 결재 내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를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또한 “이씨와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자료를 내고 “A씨의 질문은 다분히 기획 의도가 있는 유도성 질문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스토리가 허위라는 점은 조만간 공수처가 이씨 등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면 바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도 임 전 사단장과 모르는 관계로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으며, 통화 내용은 짜집기라고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녹음 파일을 토대로 임 전 사단장이 실제 이씨를 통해 구명을 시도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다만 공수처는 이씨의 발언이 허풍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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