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택한 이란 민심…새 대통령에 온건개혁파 페제시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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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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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서 55% 득표, 강경보수파 꺾어
서방과의 대화·히잡 단속 완화 공약
하메네이 벽에… 근본적 변화 어려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서방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가 당선됐다. 후보 선정 과정부터 최고지도자의 비판 등 보수파의 견제가 적지 않았지만 이란의 민심은 ‘변화’를 선택했다. 다만 이슬람 신정체제인 이란 특성상 새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하더라도 그 속도나 내용에는 제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내무부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심장외과 의사 출신인 페제시키안 후보가 1638만여표(54.8%)를 얻어 승리했다. 맞대결한 강경 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59) 후보는 1354만여표(45.2%)를 얻는 데 그쳤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 참여한 6명의 후보 중 유일한 개혁파였다. 대선 공약으로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화 완화나 도덕경찰 해체, 인터넷 관련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다. 2015년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중용하면서 서방과의 관계 개선도 약속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개혁파 정치인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재임 시절 보건의학교육부 장관을 지낸 것과 2008년부터 이란 마즐리스(의회) 의원을 지낸 것 외에는 주목받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대선후보 자격을 검증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개혁파 지지 세력의 투표 보이콧을 막기 위해 내세운 ‘구색 갖추기’용 후보라는 냉소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그가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44.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예상외의 선전에 개혁파 지지자들이 대거 결선투표에 참여하며 투표율이 1차 투표 때(40.6%)보다 9.2% 포인트 높은 49.8%를 기록했다. 토히드 아사디 테헤란대 교수는 “이번 결과는 많은 이란인이 국내 및 외교정책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승리 확정 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영묘를 찾아 “이번 선거에서 어떤 거짓 약속도 하지 않았다”며 공약 이행 의지를 밝혔다. 네이더 하세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과거 모든 한계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개혁적인 성향의 대통령이 이슬람공화국의 권위주의에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도 “페제시키안 체제에서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란은 대통령보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권한이 더 크다. 하메네이는 선거 과정에서도 페제시키안을 겨냥해 “미국의 호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국가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메네이가 반대할 경우 서방과의 대화나 내부 개혁은 쉽지 않다. 미국 국무부도 “이란 정책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한다”며 “우리는 이번 선거로 이란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자국민의 인권을 더 존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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