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재산 강탈·보복 수단으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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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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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해 끊이지 않는 보호입원제
정신질환자의 범죄 막으려 도입
30년 유지… 대체 제도 마련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현행 보호입원제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타해 위험성이 심각하고,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단이 있어야 적용된다. 이와 함께 보호의무자 2명의 신청이 있어야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보호입원제는 1995년 12월 30일 정신보건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1991년 2명이 죽고 21명이 부상당한 여의도 차량질주사건과 16명이 사망한 같은 해 대구 농민 방화사건 이후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막기 위한 관련 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당시 제정된 정신보건법 제25조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권한을 명시했다. 제정 당시엔 보호입원이 아닌 ‘동의 입원’으로 불렸다. 이 표현은 1997년 정신보건법 일부 개정을 통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보호입원제는 사적 제재와 감금의 수단으로 악용됐다. 가족들이 사실상 강제입원에 대한 결정권을 쥐게 되면서 부양 부담을 낮추려는 목적이나 재산문제 해결, 훈육과 징벌의 수단 등으로 강제입원을 선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보호입원제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자 유엔은 2014년 10월 정신장애를 이유로 자유를 박탈하는 법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정신보건법에 대해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보호입원제에 대해 “보호의무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공모하거나, 방조·용인을 받아 정신질환자를 보호입원시키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며 “사설 응급이송단에 의한 정신질환자의 불법적 이송, 감금, 폭행과 같은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 본격 시행과 동시에 정신보건법은 전면 개정됐지만, 입원 규제를 조금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호입원제는 살아남았다. 과거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이 동의한 후, 정신과 전문의 1명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이후엔 입원 시 서로 다른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요건이 강화됐다. 또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성을 모두 갖춘 환자에 한해 입원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권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1일 “보호의무자가 사실적인 법적 권한을 대부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건데 이 상태를 우리나라는 30년간 유지해 왔다”며 “폐해가 지속되는 보호입원제를 대체할 만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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