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퍼즐을 풀어라… 못 믿는 분만 대화의 자리에 초대합니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비신자·초신자·가나안 성도 대상
‘소통의 장’ 여는 교회·기독단체들
김형국(왼쪽) 하나님나라복음DNA네트워크 대표목사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의 한 빌딩에서 ‘히즈 테이블’을 열고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행사 초대손님인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장. 신석현 포토그래퍼

생초보와 뉴비(newbie·초보자)는 어디서든 대체로 환영받지만 때때로 골칫거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초 정보에 관한 질문을 다량 쏟아내 모임 진행에 차질을 빚게 할 때가 그렇다. 게다가 초심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답변자에게 지식과 품성, 순발력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초보가 할 법한 날것의 질문이 던져지면 어떤 공동체든 응당 긴장하기 마련이다.

이토록 어수룩하면서도 날카로운 생초보의 질문을 대환영하는 곳이 있다. 기독교의 ‘환대’ 정신을 반영해 비신자와 초신자, 교회를 떠난 이들을 위한 ‘열린 예배’를 여는 교회들이다. 국민일보 더미션 토요판팀은 교회 밖 이웃을 대상으로 교회 문턱을 낮추고 질문의 장을 열어젖힌 교회를 소개한다.

수많은 신 가운데 왜 하나님인가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중구의 한 빌딩 회의실. 김형국 하나님나라복음DNA네트워크(하나복) 대표목사가 원형 테이블과 계단형 의자 곳곳에 둘러앉아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는 이들을 찾아 환영 인사를 전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모임이 아니다. 그저 ‘믿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를 보는 자리”라며 “편안히 계시면서 곧 시작하는 초대손님 이야기를 듣고 질문도 하시라. 질문해도 어차피 답은 잘 못 한다”고 농담도 건넸다.

이날 하나복이 마련한 자리는 비신자와 구도자, 가나안성도(교회에 ‘안나가’는 기독교인)를 위한 질문형 대화 모임 ‘히즈 테이블’(His Table)이다. 먹고 마시는 것을 즐겼던 예수(눅 7:34)가 각종 군상을 식탁에 초대해 이들과 대화하며 삶을 변화시킨 데 착안했다. 지난 5월 9일 시작해 매주 목요일 모임을 열고 있는 하나복은 비신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교회 밖에 공간을 마련했다. ‘예수 믿으면 입장 불가’인 이곳에 이날 참석한 인원은 50여명이다. 20~4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고 50~60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래픽=강소연

‘나를 찾을 수 있을까요’란 주제로 열린 이날 대화 모임의 초대손님은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장이다. 자립준비청년과 고립청년을 돕는 김 센터장은 김 대표목사와의 대화를 나누며 무신론자에 고졸 학력의 경력단절여성이던 자신이 꿈을 찾고 자기 성장을 이뤄낸 과정에 기독교 신앙이 끼친 영향을 전했다. 아울러 기독교를 탐구하게 된 계기와 신앙생활의 어려움 및 그 극복 방안 등도 소개했다.

이날 쏟아진 질문은 김 센터장 개인사와 관련된 것부터 기독교 역사에 관한 것까지 다양했다. 이중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어떻게 확신하는가’ ‘수많은 신 가운데 왜 하필 하나님인가’ 등 기독교 교리와 관련된 질문은 김 대표목사가 답했다. 그는 “인류 역사에 보편적 영향을 미친 종교는 5개 이내다. 이 가운데 와닿는 것부터 진지하게 탐구해보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친구들이 제게 종종 ‘하나님이 있다는 걸 증명해주면 믿겠다’고 한다. 그러면 ‘하나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내가 믿지 않겠다’고 답한다”며 “하나님의 존재 여부는 증명의 문제가 아닌 각자가 택한 신념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무신론자든 유신론자든 어느 시점이 되면 삶을 살며 신이 있다고 보는 게 유리한지, 아니면 반대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대표목사는 “기독교의 신이 독특한 건 인간의 인지 능력 밖의 존재임에도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인간이 기독교의 신을 탐구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지력과 수양이 아닌 사랑의 힘으로 인간의 변화를 추구하는 기독교는 참 흥미로운 종교다. 믿는 건 나중에 해도 좋다. 탐구를 원하거나 다음 자리에 또 오고 싶은 분이 있다면 편하게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종교적 경계가 높지 않아 편했다”는 후기를 전했다. 온라인 설문에 답한 이들은 “‘결국 믿음’이란 답을 정해놓고 하는 강의일 거로 생각하고 왔는데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야기해 좋았다” “신앙을 찾으려 온 건 아니지만 삶과 생각을 돌아보는 기회였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이날까지 6차례 이뤄진 히즈 테이블에 손님으로 찾아온 비신자와 가나안 성도는 150명 정도다. 하나복은 올 하반기에도 히즈 테이블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목사는 “교회 오는 걸 꺼리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세상엔 여전히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이 적잖다”며 “비신자가 교회 밖 공간에서 편하게 질의하며 기독교의 진정성을 경험하도록, 더 나아가 기독교가 믿을 만한 종교이자 사회의 대안으로 여기도록 모임을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꿈에서 예수님 만나기 vs 1000억 갖기

서울 관악구 도심빛교회가 개설한 오픈채팅방 모습. 조재욱 목사는 매주 설교 후 성도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도심빛교회 제공

서울 관악구 도심빛교회(조재욱 목사)는 예배 마지막에 질문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청년 40여명이 모이는 이 교회는 현재 타 교회 예배당을 빌려 예배한다. 외부인을 초대하는 예배엔 이들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도 연다. 그간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한 질문이 있다면 익명으로라도 던져보라는 교회 측 배려다.

지난달 19일부터 3주간 교회는 성도 가족이나 지인을 대상으로 기독교 신앙을 소개하는 특별 예배를 열었다. ‘하나님을 믿으면 뭐가 좋나요’ ‘하나님이 해준 게 무엇인가요’ 등의 주제 설교를 마친 뒤 채팅방을 열어 질문을 받았다. 담임 조재욱 목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첫 주엔 낯선 분위기에 질문이 거의 없었지만 2~3주 차엔 질문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들 질문 가운데서 ‘하나님 방식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당신은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냐’는 물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꿈에서 예수님 만나기 vs 1000억 갖기”처럼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밸런스게임’식 질문도 예배에 등장했다. 조 목사는 “예배에서 인생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다루기에 성도들도 비기독교인인 지인을 부담 없이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며 “기존 성도 역시 깊숙하고 적나라한 질문을 주일마다 던질 수 있다”고 했다.

토크 콘서트로 만나는 하나님

외부인 친화적인 이런 예배 형태가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1990년대 미국 교회를 풍미한 ‘구도자 예배’가 이 분야의 대표주자다. 구도자 예배는 연극이나 공연 등의 문화 행사를 예배에 접목해 기독교 진리를 전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 고(故) 하용조 목사가 도입한 온누리교회의 ‘열린새신자예배’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온누리교회의 열린새신자예배 역시 드라마 콘서트 토크쇼 등 여러 방식을 예배에 접목한다. 현재 예배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온누리교회 서빙고·양재캠퍼스에서 열린다. 양재캠퍼스 열린새신자예배 담당 김윤식 온누리교회 부목사는 “열린새신자예배는 주관적 경험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적합한 예배 방식”이라며 “비신자가 첫 예배에 대한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예배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버 ‘위라클’로 알려진 박위(왼쪽)씨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에서 열린 열린새신자예배에서 간증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제공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 열린새신자팀은 최근 5주에 걸쳐 예배에 토크콘서트와 드라마 등의 요소를 가미한 전도 집회를 열었다. 예배 콘셉트 제목은 ‘어느 날 오후’다. 콘셉트에 맞춰 공간도 초여름 공원처럼 꾸몄다. 집회에서는 교회 드라마팀이 공원 속 행인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청중의 예배 몰입을 도왔다. 유튜버 박위와 가수 윤복희, 래퍼 범키 등 유명인도 간증자로 나섰다.

김 목사는 “이번 집회에는 평상시 참석자의 두 배인 약 400명 정도가 참석했다”며 “팬데믹 이후 예배 인원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일궈낸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