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5] 삶이 푸르른 숲이 되도록 은혜의 빛으로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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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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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상당교회 청년들의
일상의 빛 속으로
빛은 그 속성 자체에 은혜를 품고 있다. 꽁꽁 싸매 아무리 가려져 있어도 작은 틈으로 새어나온 빛만으로 절망으로 수렴하던 어둠을 물리친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 할 만한 특별함과 휘황찬란함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이고 어스름함 곁에서 더 환하게 빛을 발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축소사회를 살아내며 무엇을 더 포기해야 할 지 고민하는 청년 세대에게 ‘하나님을 자랑하는 것’이 희망을 움트게 하는 동력임을 선언해왔던 국민일보 갓플렉스(Godflex)가 청주 집회를 앞두고 상당교회(안광복 목사) 청년 크리스천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들의 이야기엔 일상에 작은 소망들을 심어 은혜의 숲을 이루게 한 서사가 깃들어 있었다. 오는 21일 오후 7시, 이들의 고백만큼 진솔한 감동과 도전을 줄 ‘2024 갓플렉스 in 청주’가 상당교회에서 기다린다.

일상의 빛 ‘농사’(백정훈·30)

백정훈 청년이 지난 13일 청주 서원구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유럽 상추를 가꾸고 있다.

나는 청년 농부다. 청주의 남쪽, 서원구 남이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5200㎡(1600여평) 정도의 농장이 내 일터다. 매일 오전 5시 30분 눈을 떠 농장에서 유럽 상추를 보살피며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게 내 일과다.

유독 흙을 좋아했던 소년 정훈이 어린 시절부터 농부의 길을 꿈꿨지만 그 꿈으로 길을 내는 건 쉽지 않았다. “기술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셨던 아버지 말을 따라 항공정비를 전공했다. 공군에 입대해 헬기 정비 기술을 익히고 대통령 전용 헬기를 정비하며 관련 기업에 취업까지 했지만 결국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었다.

평생을 수도권에서 살다 오로지 농사를 위해 3년 전 혈혈단신 둥지를 튼 청주는 이제 내게 ‘찐 고향’이 됐다. 농사라는 진짜 업을 만나게 된 곳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청주 살이’를 통해 비로소 하나님을 제대로 만났기 때문이다.

껍데기만 크리스천일 뿐 유흥의 즐거움에 빠져 “하나님, 세상이 너무 재밌어서 조금 만 더 즐기다가 제대로 신앙생활 할게요”라고 거침없이 내뱉던 내게 청주에서의 신앙생활은 바로 선 신앙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성경을 공부하고 훈련을 받으며, 셀리더로서 책임감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서 농사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분주하게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이어폰을 꽂은 귓가엔 찬양과 설교가 멈추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주님, 진짜 힘드네요’했던 기도는 ‘주님께 의지하게 해주세요’로 바뀌었다.

상추씨 1만개를 심었을 때 잘 자라는 녀석도 있지만 색이 변하고 죽는 녀석도 있다. 예전엔 한 뿌리가 죽으면 ‘500원 손해봤네’라고 치부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복음의 씨가 뿌려진 주님의 자녀가 어긋난 길로 튕겨져 나갈 때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를 떠올린다. 그렇게 주님은 농사짓는 나를 통해 은혜를 빚으신다.

일상의 빛 ‘창’ (김승주·24)

김승주 청년이 제천으로 향하는 등교 열차 안에서 묵상을 위해 펴놓은 성경책.

내게 ‘창’은 얇은 유리막 너머 세상을 바라보는 단순한 칸막이가 아니다. 회복의 빛이 투과되는 에너지 통로다.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젖줄로 신앙 DNA를 받아먹으며 태어나 24년을 걸어오는 동안 나에겐 호흡 같았던 신앙이 떨어져 나갈 뻔한 순간들이 있었다. ‘신앙 호흡기’가 떼어지지 않게 붙들어 준 건 성경 속 탕자보다 못한 나를 묵묵히 기다려 준 오빠와 부모님이었다.

방탕한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 없던 일상이 3년 가까이 이어지던 어느 주일 아침. 느지막이 눈을 부비며 일어났는데 불현 듯 ‘오늘은 교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일찌감치 봉사를 위해 교회로 떠난 가족들을 뒤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3년 전엔 하루가 멀다 하고 오갔던 익숙한 버스 노선.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망골공원의 푸릇한 나무와 꽃향기, 내 볼에 올라탄 따듯한 햇살이 마치 ‘왜 이제야 왔느냐’며 반겨주는 예수님의 품처럼 느껴졌다. 오랜 만에 드린 예배, 성도들과 함께 하는 셀 모임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회개와 감사의 눈물이었다.

노인 복지 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요즘엔 청주와 제천을 오가며 왕복 3시간여 몸을 싣는 기차 안이 일상 속 묵상 공간이 돼준다. 차창으로 비치는 햇살이 두 손에 펼쳐놓은 성경책과 함께 내 마음을 감싼다. 그렇게 ‘창’은 내게 파노라마처럼 은혜를 펼쳐놓은 풍경이 돼준다.

일상의 빛 ‘공감’(주예원·20)

주예원(오른쪽) 청년이 이주민 성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교회 언어 교실에서 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신안 순천, 경기도 용인과 서울을 거치며 유목민처럼 인생 여정을 걸어온 내게 충북 청주는 영적 고향 같은 곳이다. 성인이 되기 전 가장 오랜 기간 살았던 신안에선 동네에 늘 내 편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대학 생활과 함께 시작된 나의 ‘청주 라이프’는 낯설음과 외로움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신안에서 목회하시던 아버지는 성인으로서 걸음을 뗀 딸의 청주 생활이 방황으로 흐르지 않도록 안광복 상당교회 목사님께 연락을 취해주셨다. 그리고 그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영적 연결고리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청년 공동체에 조금씩 신앙이 뿌리내리면서 외로움은 옅어지고 반가움은 진해졌다. 2개월쯤 지났을까. 교회에 한 무리의 성도들에게 시선이 꽂혔다. 청주에 거주하는 해외 이주민 성도들이 있었다. ‘저분들도 내가 느꼈던 심리적 위축을 겪고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을 때 교회에 이주민 성도들을 위한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됐다.

초등교육과 전공자인 내게 이만한 기회가 또 있을까. 교회 내 한국어 교사로 살아 온 지 1개월 차. 혹시 말을 잘못해 오해받을까 잔뜩 위축돼 있던 몽골 성도는 이제 밝은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자신감을 장착했다.

매일 오전 7시 30분. 기숙사 방에서 맞이하는 큐티(QT) 시간은 하루의 시작을 캠퍼스 선교 동아리(CCC) 회원들과 신앙 고백으로 준비하는 감사의 순간이다. 한 장면씩 채워지는 일상 속 은혜의 순간들이 오늘도 나를 살아 숨 쉬게 한다.

일상의 빛 ‘불완전함’(반인수·30)

반인수(오른쪽) 청년이 사랑부 성도와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

컨베이어 벨트 위에 나란히 정렬한 정수기들과 각종 검수 도구들. 출근 도장과 함께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일상 속 장면이다. 나는 정수기 제조업체의 품질관리 담당자다. 고객의 손에 전달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주요 임무다.

똑같은 모양, 비슷해 보이는 부품들 투성인 작업장에서 쉬이 보이지 않는 작은 문제점을 찾아내 바로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크다.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기 전 주님의 주권과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하는 게 루틴이 된 이유다. 작업에 돌입한 뒤엔 실시간으로 찬양을 흥얼거리는 이유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기계도 사람도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다고 해서 그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일부 부품이 손상된다고 해서 그 쓸모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올해로 6년째, 교회 내 장애인 부서인 사랑부 교사로 쓰임 받고 있음은 어쩌면 이런 진리를 더 깊이 깨닫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큰 그림이었을지 모른다. 조금의 불편함이 있고 아주 조금 다를 뿐 하나님이 창조하신 귀한 창조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일터와 교회 공동체로부터 매 순간 하나님이 내게 부어주시는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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