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대가족’ 이룬 교회, 공동육아 넘어 교육 공동체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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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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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12> 성남 산위의마을교회
산위의마을교회가 설립한 시티힐아카데미 초등 과정 4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서울 광진구 구의 성전에서 영어 스피치를 마친 뒤 발표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위의마을교회 제공

유아 어린이 청소년 170여명을 양육하고 가르치는 기독 대안 교육 공동체 설립, 국내외 성도를 위한 웹처치와 온라인 기도회 및 기독교 영성훈련 프로그램 운영, 현대기독교음악(CCM) 음반 제작…. 모두 경기도 성남시 산위의마을교회(김영준 목사)가 진행하는 사역이다. 교회는 특히 다음세대 사역에 중점을 두고 각자의 강점을 단련해 ‘복음적 삶’을 실천하는 기독 시민을 양성하고 있다.

김영준 산위의마을교회 목사가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의 교회에서 다음세대 사역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14일 국민일보는 김영준(48) 목사를 교회 위례 예배당에서 만나 공동 육아를 넘어 교육 공동체로 발전한 배경을 들었다. 이날 찾은 위례 예배당은 교회 건물임에도 각종 교육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 김 목사는 “현재 서울 광진구 구의 예배당을 교육 공간으로 활용 중인데 내년 3월부터는 이곳에서 초등 과정을 진행한다”며 “수영장과 도예실, 식당과 놀이터 등이 갖춰진 복합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험한 세상의 울타리가 되어

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재학 중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 함께 기도하던 동역자 28명과 의기투합해 2004년 이 교회를 개척했다. 20대가 주축이던 이들이 어느덧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으면서 교회는 자연스레 ‘가족 공동체’가 됐다. 회개와 중생을 중시하는 ‘회개 공동체’를 추구하던 이들이 공동 육아를 시작한 이유다.

김 목사는 “공동체 내 아이들에게 교회가 정서적 울타리, 즉 ‘영적 대가족’이 돼 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공동 육아를 도입했다”며 “‘이모 리더십’이라고 해서 시간에 여유가 있는 아이 엄마가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돌봐주는 형태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내에 돌봄이 필요한 유아들이 점점 늘어나자 교회는 체계적 보육을 위해 어린이집을 세웠다. 그러다 몇 년 후 ‘공동 육아를 초등 과정까지 연장하자’는 제안이 공동체 내에서 대두됐다. 어린이에게도 기독교 신앙이 반영된 돌봄과 교육이 절실하다는 요구였다. 교회가 2011년 지금의 ‘시티힐아카데미’를 시작한 이유다.

홈스쿨링과 체험학습 등으로 시작한 교육 과정은 점차 전문 교사진을 갖추면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추가됐다. 김 목사는 “외부에선 교회가 하는 교육을 실험적이라고 보겠지만 저희에겐 필연적 결과였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영적 울타리가 있는 교육’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보육만 하다 보면 도태된다. ‘사랑’과 ‘부르심’ ‘탁월성’을 목표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경쟁력을 갖추는 기독 인재를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티힐아카데미 학생들이 지난해 9월 서울 광진구 아차산배수지체육공원에서 열린 체육 행사에서 응원을 펼치는 모습. 산위의마을교회 제공

현재 시티힐아카데미는 예비 초등 과정과 초등 과정, 중·고교 과정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중등 과정은 ‘영어 몰입 교육’을 시행한다. 스마트 기기의 바른 사용 및 생명존중문화 교육과 함께 학교가 강조하는 국제화 교육의 일환이다. ‘사랑’ ‘부르심’ ‘탁월성’을 외치며 시작된 고교 과정은 지난해 미국 코넬대와 뉴욕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와 싱가포르국립대(NUS), 가톨릭대, 한동대 등 국내외 대학에 합격생을 배출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 사랑과 인간 사랑’이란 가치를 최우선으로 가르치니 사제뿐 아니라 또래 간 서로를 존대하고 존중하는 학내 문화가 정착됐다”며 “‘믿을 만한 어른을 만나 감사하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들에게 삶의 울타리를 제대로 제공한 것 같아 보람차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에게 마음의 길을 내주라

다음세대 사역에 ‘진심’인 교회답게 구성원 연령대도 젊은 편이다. 700여명의 성도 중 20~40대 성도가 70~80%에 달한다. 이들 중 3자녀 이상 다자녀를 둔 이들도 여럿이다.

교회는 매주 대예배를 초등학교 6학년 이상 어린이라면 참여 가능한 ‘세대 통합 예배’로 드리며 다음세대와 이들 부모에게 ‘마음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가 말하는 마음의 길이란 ‘지식으로 배운 교리가 마음으로 내려오기까지의 과정’을 뜻한다. 이 과정을 거쳐 삶으로 복음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다 함께 성장하자는 게 김 목사의 목회 철학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축소사회가 돼 가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유일한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도 했다. 김 목사는 “자녀 양육이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가 되고 다음세대가 부담이 아닌 소망이 되려면 다음세대와 부모가 기댈 수 있는 울타리가 있어야 한다. 이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죄와 파괴적 문화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공동체, 다음세대 미래를 준비하는 공동체로 교회가 나선다면 충분히 사회에서 ‘험한 세상의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세대를 놓고 고민하는 사역자에겐 “다음세대를 우선순위로 놓으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먼저 “절박한 마음으로 다음세대를 위해 치열하게 기도하는 사역자에게 격려와 공감의 말씀을 전한다. 힘들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우리 사역 아니겠냐”며 “각자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다음세대를 우선순위로 세우면 어떻게든 길이 보인다. 하나님이 때마다 주는 지혜를 신뢰하며 나아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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