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쏠림 인한 이공계 허탈감 없도록 시스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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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이창윤 과학기술통신부 1차관
이창윤 과학기술통신부 1차관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차관은 “이공계 인재가 많은 역할을 해서 국가 경쟁력과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면서 이공계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한형 기자

의대 정원 확대로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통신부는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과기부는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로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이창윤 과기부 1차관은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의료 기술을 보급해 삶의 질을 높이는 보람도 있겠지만, 이공계열의 매력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공계 인재들이 기술 발전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내적 동기가 상실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다양한 첨단 산업 부분에서 이공계 인재들이 많은 역할을 해서 산업이 부흥했고, 국가 경쟁력이나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법률 서비스, 의료 서비스에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가치를 창조하는 이공계를 선택하고자 하는 세대를 위해 분위기, 사회적 인식,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공계 활성화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만난사람=이성규 산업1부장

-취임 100일이 지났다. 소감은 어떤가.

“30년 동안 과학기술 행정을 했지만 그동안의 마음가짐에 더해 새로운 자리에서 만나는 분들에 대한 태도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그동안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저를 이 자리에 앉힌 것은 30년 동안 많은 분과 교류했던 것들을 기반으로 낮은 자세로 진심을 담아서 소통하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은 말은 R&D 예산 삭감으로 과학자로서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아쉽다는 말씀도 있었다. 진심으로 경청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 현장 연구자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주로 나누나.

“과학기술 투자는 하나의 생태계,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예산 사업 하나만 가지고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R&D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동안 파편화돼 투자했었던 부분을 재구조화해 내년도 예산 계획에 담을 예정이다. 재정 당국으로부터 많은 부분을 얻어내서 과학기술계에 돌려드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과기부에도 변화가 많았을 것 같다.

“우주 개발과 관련해 과기부 내 2과 2팀, 총 53명이 우주청으로 갔다. 300명 중 150명은 일반직 공무원, 150명은 계약직 전문가로 채용이 된다. 공무원도 기본적으로 직업인이다 보니 보람 있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 근무가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리적 접근성이 단점은 될 수 있지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과기부가 최근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 4세대 원자로는 성숙한 기술이 아니다. 대형 원전은 표준 설계 인허가를 받아서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지만, 차세대 원자로는 기술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노형이 없다. 누가 가장 먼저 차세대 원자력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받고 건설할 수 있는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차세대원자력에 대한 선행연구를 20년 이상 해오고 있다. 노형별로 활용되는 영역이 다르다 보니 관심 있는 기업들도 다양하다. 기업은 기술적 성숙도를 높여나가는 작업을 하고, 실증은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빨리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민관이 함께 해야 한다.”

-바이오 분야는 기업에서 규제가 너무 많다고 한다.

“바이오는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다 보니 제약, 의료 인허가 등 리스크가 상당히 많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글로벌 임상을 할 수 있을 정도 여력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할 수 있겠다’는 기술적 변화가 있다. 바로 첨단바이오다. 이제는 바이오 기술들이 플랫폼화되고 있다. 하나의 기술이 나오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만든다. 데이터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의료 데이터들이 훌륭하게 축적된 한국이 강점이 있다. 활용의 숙제는 남아있지만, 첨단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외형적 구조는 최소한 갖추고 있어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혁신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나.

“물리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출연연 간 협업을 유도하려고 한다. 출연연이 같은 식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 환경과 생태계에서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출연연이 발전적으로 가는 데는 어려움 있을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무엇보다도 ‘융합’이 중요하다. 출연연 연구원이라는 생각을 함께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나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등이 협력해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로봇 분야다. KIST도 로봇 연구를 하고 기계연도 하고 있는데, 각자 하면 50밖에 못하지만, 같이 하면 100의 규모로 할 수 있다. 팀플레이 관점에서 50명이 싸우는 것과 100명이 싸우는 것은 다르다.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 지원이나 운영 방식을 구축해 나가려고 한다.”

기자 프로필

세종시 경제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나는 아빠다' 글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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