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 울려 퍼진 BTS ‘봄날’… 날씨·장마당 물가 동향 송출

입력
기사원문
박준상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대북확성기 재가동… 北 반응 촉각

北, 과거 주민 동요에 수시 중단 요청
이번엔 ‘자유의 소리’ 재송출
군사분계선 또 다른 긴장감 지적도
우리 군 병사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대비한 ‘자유의 메아리 훈련’에서 확성기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측은 전날부터 330여개의 오물 풍선을 띄웠고 우리 지역에 낙하한 것은 80여개가 식별됐다”고 밝혔다. 합참 제공

2018년 4·27 남북 판문점 선언 이후 6년여 만에 스위치를 다시 켠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심리전 수단 중 하나다. 북한 정권의 실상과 남한 문화 등 접경지역 북한 주민과 군인들이 동요할 만한 내용을 집중 송출하기 때문이다.

군이 9일 오후 최전방 지역 여러 곳에서 가동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2016년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중대 도발 때마다 정부가 대응 카드로 활용해 왔다.

이날 방송은 오후 5시쯤부터 7시까지 전방 지역에서 이뤄졌다.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 용도로 송출하는 ‘자유의 소리’를 고출력 확성기로 재송출했다. 애국가가 울려퍼진 뒤 아나운서의 멘트로 방송이 시작됐고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 삼성전자의 휴대폰 출하량이 전세계 3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등의 뉴스가 30분간 흘러나왔다.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봄날’ ‘다이너마이트’ ‘버터’와 볼빨간사춘기의 노래도 북측으로 송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북한의 다음 주 날씨, 장마당 물가 동향, 서울말과 평양말의 차이 등도 방송됐다.

방송이 재개된 후 북한은 또다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다.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보내는 데 유리한 북서풍이 아닌 남서풍 및 서풍이 부는데도 북한은 재살포를 감행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반발을 즉각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오물 풍선 재살포 외에 대남 확성기 방송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5월 서해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시작됐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에 맞대응하는 형식이었다. 이후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됐다가 재개되기를 반복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을 활용한 심리전이 가동됐고 문재인정부 시절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6년 넘게 중단된 상태였다.

북한은 대북 방송에 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2015년 8월 군이 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DMZ 남방한계선 이남에서 확성기를 향해 14.5㎜ 고사총과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했다. 2017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은 귀순을 결심한 이유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은 남북 회담 때마다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해 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있을 때마다 중단을 요구해 왔다. 그만큼 북한에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또 다른 긴장 고조를 불러올 수 있다”며 “효과도 없는데 굳이 선택한다면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
댓글

국민일보 댓글 정책에 따라 국민일보에서 제공하는 정치섹션 기사의 본문 하단에는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