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위해 무료 순환 차량 도입
차량 증편·배차 간격 단축 예정
서울 지하철 4호선 동작역 2번 출구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 조그마한 원형 교차로가 있다. 지난 22일 오후 교차로에 내려서자 눈에 확 뜨이는 민트색 10인용 미니버스가 보였다. 버스 외부는 서울시가 15년 만에 ‘리뉴얼’해 내놓은 해치 캐릭터로 앙증맞게 꾸며져 있었다.
이 버스는 지난달 26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한강 순환 관람차 ‘한강 해치카’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뿐 아니라 어린이, 노인 등 이동 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한강공원에 처음으로 무료 순환 관람차를 도입했다.
해치카는 기자를 포함해 5명의 승객을 태운 뒤 한강 보행자 도로를 따라 동작대교 방향으로 출발했다. 시속 15㎞ 속도로 약 5분 만에 1㎞ 떨어진 서래섬에 도착했다. 서래섬 내부에 들어오자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서쪽으로 가깝게는 동작대교·한강대교, 멀리는 여의도 63빌딩·파크원 빌딩 등이 보였다. 동쪽에는 한강 명물인 반포 달빛 무지개분수가 눈앞에 있었으며, 정면에선 용산의 스카이라인과 남산타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뷰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해치카는 출발 10분 만에 동작역으로부터 2㎞ 남짓 떨어진 세빛섬에 도착했다. 마지막 정류장인 서울웨이브는 세빛섬에서 출발한 지 10분 만에 도달했다. 해치카는 운행 중간 중간 경적 대신 호루라기를 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경적 소리에 시민들이 놀랄 수도 있기 때문에 소리가 크지 않은 호루라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오가는 해치카에는 시민들 6~10명이 항상 탑승해 있었다. 운행을 시작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해치카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경기도 군포에서 유채꽃을 보기 위해 부인과 한강을 찾은 이모(71)씨는 “평소에는 서래섬 인근만 구경하다 동작역으로 돌아오곤 했었는데 해치카 덕분에 편하게 세빛섬부터 서울웨이브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동행한 40대 여성 이모씨도 “한강공원에 놀러왔다가 버스도 귀엽고 신기해서 한 번 타봐야겠다 싶었다”며 “도보로는 세빛섬 인근 편의점까지 밖에 못 갔는데 해치카가 생기면서 보다 멀리까지 와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모(88)씨는 “걸어서는 절대 갈 생각을 못했던 곳을 갈 수 있게 됐다”며 “노약자나 장애인들한테 좋은 정책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긍정 평가에 힘입어 해치카를 연중 운행할 방침이다. 주말에는 4대(평일 3대)로 운행 차량을 증편하고 배차 간격을 20분에서 15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