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EU, 3년 안에 美·中에 밀린다…과대 규제·과소 투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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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4. 오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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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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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EU 소멸 위기 앞둬…기후·AI·국방·안보 뒤처져"
"투자 늘리고 규제 간소화해야…WTO 규정 항상 따라선 안 돼"
[이르핀=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년 안에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에 완전히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마크롱(왼쪽) 대통령이 2022년 6월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이르핀을 방문해 전쟁 피해 상황을 보는 모습. 2024.10.04.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년 안에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에 완전히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베를린세계대화(BGD)에 참석해 "과거 방식을 따르면 앞으로 2~3년 안에 우리는 시장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전 방식은 끝났다. 우리는 과도한 규제와 과소 투자를 하고 있다"며 "EU는 죽을 수 있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과 중국이 형성하는 양극체제에 EU가 편입되지 않고 미국, 중국, EU를 행위자로 하는 다극체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럽적 정체성에 기반해 EU 위기론을 설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이 기후 위기, 인공지능(AI), 국방, 안보 등 주요 의제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달 발표한 EU 경쟁력 강화 보고서에서 지적된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드라기 전 총재는 유럽 경제 상황은 실존적 도전에 처해있으며 신기술·방위 분야 등에서 투자가 부족해 경쟁력이 저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르핀=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이르핀을 방문해 전쟁 피해 상황을 보고 있다. 2022.06.18.


마크롱 대통령은 드라기 전 총재가 낸 보고서에 담긴 주장을 지지하면서 "유럽이 서둘러 이를 이행해야 한다. 이는 꽤 사실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들(미국과 중국)은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해 훨씬 앞서 있다"며 "지난 30년 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미국은 60% 증가했고, 유럽은 30%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사회적 양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며 "우리가 분명히 더 경쟁력을 갖추고 다극적 질서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면 먼저 (규제) 간소화 충격이 필요하다"고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무역 부문을 놓고 마크롱 대통령은 "25년 전만 해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2022년에는 미국도 어업 규제법과 관련한 WTO 규정을 준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한 가지 제안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 규칙을 존중하지 않을 때 우리만 규칙을 준수해서는 안 된다. 이는 효과가 없다"면서 "보호주의 정책 옹호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끔찍한 세상이지만 적어도 공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규칙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무역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한편 무역 부문에서 보복대응전략(tit-for-tat)을 사용해 두 국가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두 국가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EU도 이를 따르지 않고, 규칙이 지켜진다면 이에 동조해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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