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수사, 텔레그램 협조 없으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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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8. 오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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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항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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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당시 협조공문에 무응답
"텔레그렘 수사 못한다면 강제퇴출 해야"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경찰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집중 수사와 단속에 나섰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정작 범죄에 사용된 텔레그램에 협조가 없으면 딥페이크 불법합성물을 의뢰한 가해자들을 수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다양한 범죄에 활용되는 텔레그램을 한국에서 강제퇴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는 이날부터 7개월 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시·도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단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딥페이크 제작부터 유포까지 철저히 추적, 검거해 피의자를 발본색원 한다.

하지만 사실상 텔레그램의 협조가 없으면 수사의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그램은 종단 간 암호화 기술 기반으로 한다.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은 송신자 기기(스마트폰 등)에서 메시지가 즉시 암호화되고 서버를 거쳐 수신자 기기에 도착하면 이때 복호화되는 기술이다.

메시지 송신과 수신까지 이어지는 경로(서버)를 수색해도 해독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발생한 N번방 사건 당시에도 경찰은 수사의 난항을 겪었다.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경찰 메일 7건을 모두 회신하지 않았다.

N번방 사건의 경우, 텔레그램의 협조가 아닌 여성인권단체 ‘추적단불꽃’의 잠입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또 서울대 허위 음란물 제작 유포 사건도 여성인권단체의 함정수사를 통해 피의자 체포에 기여했다.

텔레그램의 비협조로 경찰은 범죄 행위로 의심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입하는 방식으로 수사해왔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에 정작 범죄에 활용된 텔레그램은 성범죄물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 의무와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 대상자에서 빠졌다.

이번 딥페이크 성범죄는 텔레그램 봇(Bot)을 통해 불법합성물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채팅방이 아닌 봇과의 1대 1 비밀 채팅방 형식이다. 이를 감안하면 불법프로그램 제작자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N번방 사건 이후 4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N번방 사건은 미제로 남은 것이 아닌 관련 주범들을 잡았다"면서 "민간 인권단체가 해낸 일을 경찰이 못한다는 것은 해명해야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딥페이크 성범죄는 갑자기 발생한 초유의 사태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협력이 안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참혹한 현실"이라고 했다.

허 입법조사관은 "텔레그렘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에 대해 경찰이 손을 쓸 수 없다면 텔레그렘을 한국에서 셧다운 해야하지 않겠나"라면서 "강제 퇴출의 결단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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