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거버넌스 체계 바꾸면 '4개 강소국' 불가능하지 않아
정치 개혁은 '원내 정당화'로…일본 수준의 핵잠재력 보유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지방 거점 대한민국 개조론'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전국을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4대 초광역권으로 재편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자는게 골자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2024 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 특별대담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지방의 강소국화, 정치 개혁, 한국의 외교안보와 통일비전 등에 대한 구상을 내놨다.
이번 특별대담은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2030 도시, 국가, 글로벌 문제 극복 리더십'을 주제로 각 비전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 시장은 "중앙과 지방의 동행을 기반으로 하는 '4개의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시대를 열어나가자"며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4대 초광역권이 독자적인 전략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각자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거점 퀀텀점프(비약적 도약)' 전략으로 ▲통합행정 거버넌스 체계 ▲세입·세출 분권 강화 ·특화된 경제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전략 실행을 위해 정부가 행정권한과 입법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며 "국세와 지방세의 5대 5 세입 분권과 포괄적 보조금제 등 세출 분권을 강화하고, 지방정부에 규제 완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등교육, 외국인 유치 정책 등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등 특화된 경제발전모델 구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며 "조직·인사권한 이양까지 포함해 행정 거버넌스 체계를 바꾸고 지방이 뛸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해주고, 재량껏 특화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한다면 4개의 강소국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치의 개혁 방안으로는 '원내 정당화'를 내세웠다. 지난 2004년 본인이 주도한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원내 정당으로 가는 발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극화·사유화된 정당은 민주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며 "지금은 개헌보다 국회와 정당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구당 부활에 대해선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인 합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 전략으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취약해진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에서는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 단계를 넘어선 전략적 유연성이 해법"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의 지속적 번영과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안 만드는 것과 못 만드는 것은 엄연한 차이"라며 "미국 핵우산 속에서만 해법을 찾는 것은 중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고, 핵무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통일에 대해서는 "주변국의 동의와 지지, 충분한 경제력, 개혁개방과 동질화, 견고한 신뢰,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며 "남북 경제 공동체 마스터플랜으로 통일기반을 단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