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극에서 상생으로…양보가 만든 동네빵집·대기업 '공존'[같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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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9. 오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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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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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상생협약
10년 간 소상공인 매장수·매출액 2배 증가
대기업 "상생협약의 가치에 공감해 협의"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중구 한 빵 가게에서 직원들이 당일 만든 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2.11.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전남 광양시 한 제과점은 한자리에서 10년 이상 운영해 왔지만, 10m 떨어진 거리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오픈하면서 경영난에 빠져 폐업했다. 14년 전 일이다. 이같은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지난 2013년부터 동네빵집 바로 옆에 프랜차이즈 가게가 차려지는 것을 막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생하기 전에 골목상권과 대기업은 '상극'으로 부딪히며 싸워왔다. 싸움은 '동반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잠재워졌다.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제과협회와 대기업 사이를 중재하며 지난 2013년 3월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는 동네빵집 반경 500m 안에 들어서지 못하고, 점포 수 또한 연간 2% 이상 늘릴 수 없게 됐다.

적합업종 권고가 만료된 2019년에는 같은 규제 내용이 담긴 '제과점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협약을 5년 연장하고,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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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상생의 결과…동네빵집 매장 수 2배 증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앞 빵집. 김모(51)씨는 이곳에서 9년간 빵집을 운영했다.

김씨는 "10년 전에도 영등포시장역에서 빵집을 했는데 그땐 프랜차이즈점이 무분별하게 생겼었다"며 "상생협약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점주도 그렇고 우리도 서로 함께 살기 위해서는 협약이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동반위는 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상생협약을 이어오는 10여년 동안 국내 제과점업의 양적·질적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동반위의 조사에 따르면 제과점업 전체 사업체 수는 2012년 1만3577개에서 2022년 2만8070개로 늘며 10년 사이 2배 증가했다. 제과점업 소상공인 사업체 수 또한 2012년 1만198개에서 2022년 2만2216로 약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생협약을 체결한 2019년부터 6000개 이상 급증했다.

제과점업 소상공인 매출액 또한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2년 1조4936억원, 2019년 2조513억원, 2022년 3조2121억원으로 10년간 1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영역 존중한 대기업…"상생의 가치에 공감"

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국내 가맹점 수가 5% 내외로 증가하며 다소 정체된 모양새다. 대신 해외 진출로 출점 전략을 돌리며 성과를 얻었다는 입장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최대한 상생협약의 가치를 존중하고자 하는 대기업들의 자세로,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은 이미 해외진출을 통해 K베이커리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는 "지난 10년간 점포가 1300개로 멈춰있다"면서도 "출점 규제가 있는 동안 우리는 해외사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7개 나라에서 5개 공장을 운영하고 500개의 점포를 확장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동반위의 자료에 따르면 뚜레쥬르 해외매장 수는 2012년 66개에서 2023년 기준 443개로 6.7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리바게뜨의 해외매장 수는 2012년 137개에서 2023년 기준 544개로 3.9배 증가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기업들이 해야 될 것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K베이커리를 글로벌로 전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CJ푸드빌 뚜레쥬르는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제과점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사진=동반성장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순차적 규제완화…지속가능한 '동반성장'

지난 6일 제과점업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약을 5년으로 연장하면서 '거리제한'과 '총량제한'을 완화하자는데 양측이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 신규 출점 시 제한 거리는 수도권 기준 500m에서 400m로 줄었고, 매장도 전년도 점포 수 2% 이내에서 5% 이내 신설 허용으로 확대됐다. 이번에는 소상공인이 한 발짝 양보한 셈이다.

동반위 측은 "상생협약을 통한 동네빵집 보호가 영원할 수는 없다"며 "순차적 완화를 통해 확보한 기간 동안 동네빵집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번 협약의 의의를 밝혔다.

앞으로 동반위는 상생협약이 유지되는 동안 연 2회 제과점업 상생협의회 운영을 통해 대·중기 간 소통 활성화를 유도하는 한편, 상시적으로 대기업의 출점문의 및 대국민 민원에 대응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 1회 정기 이행점검을 통해 협약 이행여부를 모니터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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