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피해·과잉 공급' 실태 파악 시급, 농법 재고 주장도
전남도 "사실상 유일 친환경 제초 농법…방제 힘쓸 것"
[해남·영암=뉴시스]김혜인 기자 = "모 심기만 벌써 몇 차례인지. 방제는 소용없고 개체 수만 불어나는데…"
24일 오후 전남 해남군 문내면 A(46)씨의 논은 제초용 왕우렁이가 잡초뿐만 아니라 어린모까지 먹어 치워 4㏊ 중 1㏊가 피해를 입었다.
초록빛 모가 쑥쑥 자라야 할 자리에는 흙탕물만 가득했다.
A씨는 거듭된 어린 모 피해에 4차례나 다시 모를 심었지만 또 다시 모가 죽자 논의 수확을 아예 포기했다.
논두렁·수로·묫자리 곳곳에는 새끼손톱만 한 크기부터 엄지만 한 성체 왕우렁이가 눈에 띄었다.
A씨의 마을에는 왕우렁이를 사용하는 친환경 벼 농가가 없어 우렁이가 인근 저수지와 동네 수로를 타고 흘러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겨울이면 폐사해야 할 왕우렁이가 올해 1~2월 비교적 따뜻하고 비까지 많이 내리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고 A씨는 전했다.
겨울 농사를 짓거나 초봄 고르기 작업을 마친 농가는 비교적 피해가 덜했다. 그러나 일손이 부족하고 비용 부담에 선뜻 피해 예방 작업을 하지 못한 농가는 울상을 짓는다.
그는 "크고 작은 모 피해는 있었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개체 수에 살충 작업 효과도 미미했다. 지자체가 모 피해가 확인된 농가에 살충제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폐사한 개체보다 살아남은 개체가 더 많았다.
A씨는 "이모작에 사용하는 장비도 비싼 데다, 로터리(고르기) 작업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방제 작업의 한계를 토로했다.
같은 날 영암군 시종면 한 벼농가에서도 청년 농부 B(40)씨가 왕우렁이떼 습격을 받아 비어있는 논을 보며 한숨 쉬었다.
벼농사 부지는 40여 곳에 흩어져 있는데 연면적 10㏊ 중 0.5㏊가 모 피해를 입었다. 8년째 농사를 지어온 B씨는 처음 겪는 큰 피해에 상실과 불안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논을 바라봤다.
제초용 왕우렁이를 논에 들인 적 없었지만 지대가 낮은 논 가장자리와 수로 주변에서 피해가 집중 발생했다. 영산강 강물과 이웃 논 수로를 타고 우렁이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민들은 왕우렁이 부작용 원인 조사와 함께 농법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월동하는 왕우렁이 개체 수가 늘어나고, 모 피해와 방제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로선 왕우렁이가 친환경 제초농법으로 유일하지만 미래를 고려해 대안을 마련할 때"라고 주장했다.
B씨는 "우렁이 피해 요인을 분석하고, 피해 예방책, 과잉 공급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 지 등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제초법으로 각광 받는 왕우렁이 농법은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전남도 22개 전 시군에서 시행되고 있다.
기후·생태계 변화에 따른 왕우렁이 식생까지 바뀌면서 확산 중인 어린 모 피해에 대한 철저한 실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마다 왕우렁이 공급 사업을 매년 추진하면서 원치 않는 농가 농경지에까지 미치는 피해는 없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현재로선 왕우렁이가 사실상 유일한 친환경 제초 농법이다. 친환경 농법을 선호하는 농가에서는 우렁이 공급을 필요로 하고 있다. 피해 예방 대책을 홍보하고 방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