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내한 연주회
21일 국립심포니와 협연
독일의 첼리스트 얀 포글러가 6년 만에 내한했다. 21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앞두고 있는 포글러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에 영국 낭만주의 작곡가인 에드워드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연주한다. 이 곡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비통함'이다. 엘가가 예순 한 살이던 1918년 작곡한 곡으로, 이 무렵 엘가는 병상에 있어 작곡에 전념하기 어려웠다. 유럽이 1차 세계대전으로 신음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곡은 영국이 식민지를 잃어가던 시대에 작곡됐습니다. 작품에 과거 화려하던 시절에 대한 회한, 제국의 몰락을 지켜보는 슬픔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음악을 하면서 세상 구경을 많이 해봤는데, 현재 유럽을 봐도 그렇고 또 하나의 시대가 몰락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고 있어요. 민주주의는 당연한 것이 아니고, 투쟁을 해야만 지켜낼 수 있을까 말까 하죠. 몰락하는 시대에 대한 공감이 엘가의 곡과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곡을 선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특히 오케스트라와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곡을 골랐다"는 포글러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항상 새로운 오케스트라와 작업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저는 리허설 때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정치, 경제, 문화 등 온갖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함께 스토리텔링을 해 관객들에게 들려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는 에릭 클랩튼, 비 등 대중가수와 함께 연주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변화와 발전이 더딘 클래식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한 시도였다"고 했다.
현재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해 "전 세계를 먹여 살리는 창의력의 샘"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굉장히 유명한 영화가 많았지만 전 세계에서 동시에 주목 받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은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영화는 세계를 동시에 흔드는 힘이 있잖아요."
"새로운 장르와의 연결에 언제나 목마르다"는 그는 영화 음악에 특히 관심을 표했다.
"말러의 5번 협주곡은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배경 음악으로 쓰이면서 유명해졌죠. 음악과 화면이 만났을 때의 압도적인 힘을 사람들이 느낀 것이죠. 저는 한국 영화를 즐겨 보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인과 협업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