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방에서 안나와"…은둔형 자녀위해 '감금체험' 나선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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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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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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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최근 국내에서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방에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 은둔 청년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부모들이 이러한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감금 체험에 나섰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은둔 자녀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를 감금하는 한국 부모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조명했다.

강원도 홍천군의 '행복공장' 수련시설에서는 은둔 청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의 고립된 내면세계를 이해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SCMP에 따르면 한국 부모들은 은둔 자녀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고립과 불안을 체험하기 위해 사흘 간 방에 틀어박혀 지내고 있다.

부모를 위한 감금체험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와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의 은둔 청년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프로그램은 4월부터 13주 동안 진행된다.

부모들은 벽이 없는 1인실에 머물며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 사용을 할 수 없다. 외부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 고리는 음식 배달을 위해 문에 나 있는 구멍 뿐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자녀의 불안과 외로움을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영해(가명·50)씨는 BBC코리아에 자신의 아들이 3년 동안 방에서만 지냈다고 말했다. 아들은 대학을 중퇴한 뒤 방에 틀어박혀 씻기를 소홀히 하고 식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진씨는 3일 간 감금돼 다른 은둔 청년들이 쓴 일기를 읽은 후 24세 아들의 감정을 좀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침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13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3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기에 고립·은둔을 시작한 사람의 이유는 취업 등 직업 관련 어려움이 24.1%로 가장 많았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꼽은 사람은 23.5%, 가족관계·건강이 각 12.4% 순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사회학과 교수는 부모의 감금체험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열린 의사소통을 장려할 수 있는 관점 수용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청년들의 은둔 추세를 개선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19~34세 청년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 이상이 고립·은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 수준은 또래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젊은이들은 업무 압박, 정서적 문제, 가족의 요구로 인해 고립되고 있다.

김혜원 호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청년들이 20대에 취업하고, 30~40대에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면 그들은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되어 좌절감, 수치심, 위축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년재단은 지난해 청년들의 고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물론 복지·의료에 드는 비용이 연간 7조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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