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난 헝가리 총리에 美·EU·나토 강력 반발…"의장직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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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6.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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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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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남은 우크라 독립 증진하는 데 역효과"
"오르반 총리, EU이사회 의장직 수치스럽게 남용"
[모스크바=AP/뉴시스] 유럽연합(EU) 7월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데 대해,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오르반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 2024.07.06.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유럽연합(EU) 7월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데 대해,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각) AP통신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르반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완전성, 독립을 증진하는 데 역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독일 의회 외교위원회 마이클 로스 위원장은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헝가리의 EU 의장직 박탈을 촉구하기도 했다.

로스 위원장은 "오르반 총리가 자신의 EU 이사회 의장직을 수치스럽게 남용하고, 권한 없이 러시아 크렘린궁에 간 것은 '스캔들'"이라며 "그는 EU 외교 정책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의장직에서 사임하라"고 썼다.

차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 지명된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도 X에 글을 올려 "오르반 총리가 의장직을 탈취했다"며 "EU는 분명히 우크라이나 뒤에 있으며, 러시아 침략 반대에 단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러시아 방문이 그들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내어 "(이번 만남은) 헝가리와 러시아의 양국 관계에 국한되는 것일 뿐"이라며 "오르반 총리는 EU 이사회로부터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어떤 위임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유럽연합(EU) 7월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데 대해,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지난 4월25일(현지시각) 독일 비영리재단 아틀란틱-브뤼케가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나토 홈페이지 캡쳐) 2024.4.27.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X에 "EU 순환 의장국은 EU를 대표해 러시아와 관계를 맺을 권한이 없다"며 "EU 정상회의는 러시아가 침략자, 우크라이나가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사자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논의도 이뤄질 수 없다"고 썼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오르반 총리는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나토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오르반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 결정이 우크라이나와 조율이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없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다'는 원칙은 불가침으로 남아 있다"고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오르반 총리 회담을 가져 '우크라이나 평화 방안'을 논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평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쟁을 종식시키고자 러시아에 왔다"며 "이를 위해선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만 이번 대화는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전했다.

[키이우=AP/뉴시스] 유럽연합(EU) 7월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데 대해,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오르반 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수도 키이우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 제공) 2024.07.03.


또 "헝가리는 유럽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와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포함한 긴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유용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단순한 휴전이 아닌, 완전하고 최종적인 종식을 원한다"며 "우크라이나 정권이 피해를 회복하고, 재정비하고, 재무장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휴전이나 어떤 종료의 일시정지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 내에서 친러시아 성향이 가장 강한 지도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지난 2일 사전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오르반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와의 즉각 휴전에 동의하라는 내용의 평화협정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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