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용마 기자에게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사과하십시오!"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본관 6층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앞. 청문회 개의를 5분여 앞두고 이 후보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전·현직 문화방송(MBC) 직원들이 이 후보자를 막아서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MBC 파업을 이끌다 해직된 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용마 기자의 이름을 부르며 이 후보자를 향해 "이용마를 기억하라"고 했다. 이들의 손에는 '이진숙 OUT' '이진숙은 사퇴하라'는 손피켓이 들려있었다.
이 후보자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담담한 표정으로 유유히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 후보자가 후보자석에 앉아 자리를 정돈하는 사이, 문밖의 MBC 전·현직 직원들은 이 후보자가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MBC 구성원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자격으로 방통위원장,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까. 무슨 청문회를 하겠다는 겁니까. 염치가 없습니다. 정말."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은 "이진숙은 대한민국의 어딴 공직에서도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는 반사회적 인사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5.18 유공자들이 어떻게 보겠는가"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 앞에서 공영방송을 흉기로 만들었던 그런 사람이 방통위원장에 나서겠다고 감히 이 자리에 설 수가 있느냐"고 했다.
이 후보자의 후배이기도 했던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도 '언론장악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채 울분을 토했다. 한 의원은 "이진숙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했던 행위에 대해서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진숙은 자격 미달일뿐 아니라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정치 낭인에 불과할 뿐이다. 반드시 이진숙을 탄핵시키고 그 자리에 어떠한 사람도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들로 채울 수 없도록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김 전 사장이 회의실 앞에 등장하자 한 의원은 "여기에 왜 왔냐, 뭘 챙겨먹으러 왔느냐"고 다그쳤다. 김 전 사장은 "떳떳하니까 왔다"고 답한 뒤 회의실로 입장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청문회 개의 뒤에도 이어졌다. 여당 청문위원들은 청문회장 바깥에서 이뤄진 이 후보자에 대한 항의 시위를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MBC 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정말 참담하다. 이렇게 후보자를 겁박하고 시위를 벌인 사례가 있느냐"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지,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 흔드는 일이 아닌지 정말 참담하다. 이건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동영상이 있으니 저희들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비를 지적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MBC에서 있었던 일은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서 제출할 수 없다'는 식으로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미제출한 건수가 224건"이라며 "도대체 뭘 검증하라는 것인지, 검증을 받기 싫으면 사인(私人)으로 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모든 자료를 꽁꽁 숨겨놓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내놓고 그게 검증이라고 하면 국민이 믿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오는 2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여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야당 청문위원은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 장악을 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만큼 질의를 통한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