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직 처리 마감일에도 전공의들의 복귀가 미미했던 데 유감을 표하고 추가 유인책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을 통해 사직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최대한 채울 계획이지만, 일부 대형병원들은 벌써 반기를 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17일자로 각 수련병원별 최종 전공의 결원 규모가 수련 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돼 집계·검토 중"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대다수 전공의가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5일을 전공의 사직 처리 마감일로 정했는데, 그로부터 이틀 뒤인 17일 정오 기준 211개 수련 병원 출근 전공의는 1151명으로 전체 1만 3765명의 8.4%였다. 또 같은 날 110개 병원에서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는데, 7648명이 사직(임용포기 포함)했다. 특히 빅5 병원에서는 전공의 3563명의 92%인 3279명이 사직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많은 전공의들이 이번에 복귀를 하지 않은 걸로 추정하고 있다"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9월 수련 특례도 열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최대한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정책관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추가 유인책이 있냐'는 질문에는 "지난번에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하면서 9월에 복귀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수련 특례를 제공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것 말고 추가적인 유인책은 없다"고 답했다.
군미필 전공의 군 복무에 대해서도 그는 "9월 하반기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해 군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다.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군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군대에 입대를 해야 된다"며 미복귀자에 대한 '원칙 대응'을 강조했다.
향후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때 지역 병원 사직 전공의들의 수도권 병원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정책관은 "(전공의 모집) 권역 제한 문제는 고민 많이 했다. 여러 의견을 들었는데 일단 전공의 복귀 수 자체가 많지 않다"며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해 수련병원이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역 제한은 안 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또 전공의 사직을 처리하며 9월 전공의 모집 규모를 제출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는 "전공의 감원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감원 규모는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정부의 9월 전공의 모집 구상에 대한 반발이 감지된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들에게 "9월 모집은 이번 사직으로 인한 결원이 아닌, 기존의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할 것"이라고 공지했다.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자체 회의 결과 각 진료과 과장이 전공의 정원을 신청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복지부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739명의 전공의가 사직한 서울대병원의 모집 신청 인원은 191명(25.8%), 141명의 전공의가 사직한 분당서울대병원의 6명(4.3%)이었다. 고려대의료원에서는 499명의 전공의가 사직했지만, 모집 신청 인원은 258명(51.7%)이었다. 이밖에 사직 인원에 비해 적은 모집 인원을 신청한 병원은 경북대병원(39%), 경상국립대병원(60%), 부산대병원(1.6%),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46.3%), 전남대병원(24.9%), 전북대병원(30.4%) 등이었다.
의사집단 내에서 복귀 전공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다는 점도 정부 구상의 걸림돌이다. 김 정책관은 이와 관련 "온라인상에 복귀 전공의 명단을 공개해 낙인을 찍는 불법행위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전공의 복귀를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