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겨냥한 나토 회의 직전에…젤렌스키 "러시아, 키이우 어린이병원 폭격"[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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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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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러 공습으로 우크라 전역서 최소 37명 사망…러시아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폭격" 반박

러시아가 8일(이하 현지시간) 대낮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해 민간인 수십 명이 숨졌다. 수도 키이우의 어린이 병원도 폭격 당하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키이우, 드니프로, 크라마토르스크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3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적어도 37명이 숨지고 17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어린이 부상자도 13명이나 됐다. <로이터> 통신은 다수 공격 현장 민간인 사망자를 취합하면 그 수가 적어도 41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어린이 병원인 키이우 오크흐마트디트 병원을 타격해 어린이 암 환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규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8일 안보협정 체결을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습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밝히고 "러시아가 또다시 우리 국민, 우리 땅, 우리 아이들에게 가한 타격에 대해 우리 파트너들의 강한 대응을 듣고 싶다"며 지원을 촉구했다. 이번 공습은 대규모 우크라이나 지원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 일어났다.

공습은 연간 2만 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고 1만 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하며 720개 병상을 둔 이 병원이 가장 바쁜 시간인 월요일 낮 시간에 일어났다. 폭격으로 어린이 병원에서 성인 2명이 사망하고 건물 일부가 무너졌으며 개흉 수술 중인 환자 가슴 속에 폭발로 인한 잔해가 들어가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영국 BBC 방송은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이 이번 폭격으로 어린이 병원에서 의사 1명을 포함해 성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의료진이 방송에 병원 건물 60~70%가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은 잔해 아래 더 많은 사람들이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P> 통신은 폭격으로 병원 건물의 문과 창문이 날아갔고 중환자실, 수술실, 종양학과가 모두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빅토르 리아슈코 우크라이나 보건장관을 인용해 공습 당시 어린이 병원에서 세 건의 심장 수술이 진행 중이었으며 수술로 열려 있는 환자의 가슴 안으로 폭발 잔해가 들어가 수술 부위가 오염됐다고 전했다.

이 병원 소아비뇨기과 간호사 이리나 필리모노바는 공습을 당했을 때 2살 어린이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고 미국 CNN 방송에 말했다. 그는 "불이 꺼졌고 모든 게 꺼졌다. 손전등을 비춰 기구를 꺼냈다. 매우 빠르게 봉합이 이뤄졌다"며 "아이를 대피소로 내려 보내고 즉시 달려가 잔해를 치우는 것을 도왔다. 수술실에서 일하던 몇몇 동료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유리 파편에 상처를 입었다. 우리 부서는 완전히 파괴됐다"고 증언했다.

이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 11살 아들을 둔 율리아 바실렌코는 CNN에 공습 뒤 아들 데니스가 밖으로 대피한 상태고 진통제를 복용 중인 아들이 "반나절 동안 약을 먹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폭발로 인한 파편이 본관 창을 뚫고 들어와 폐허가 된 독성학 병동에서 간호사 마리아 솔로센코가 신장 투석을 받고 있던 18개월 가량 어린이들의 투석을 급히 중단하고 건물 창문을 통해 대피시켜야 했다고 전했다.

비인도적인 공습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 이날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의 잔혹함에 대한 끔찍한 환기"라며 "이 순간 세계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하고 러시아 침략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성명을 통해 유엔 인권 직원들이 폭격 직후 어린이 병원을 방문해 참상을 직접 목격했으며 "공원과 거리에 설치된 병상에서 어린이들이 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매우 끔찍한 일"이라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러한 공격이 즉시 멈출 것을 보장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고한 아이들에 대한 공격은 가장 타락한 행위"라며 러시아를 비판했고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을 내 이번 공습이 "러시아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전쟁범죄 목록에 추가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AP>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9일 이 공격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는 7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는 러시아가 주재하게 된다.

한편 <AP>는 러시아 쪽이 이번 공습이 군사적 목표물을 겨냥했다며 병원 공격을 부인 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오크흐마트디트 병원을 타격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첨단 지대공 미사일 '나삼스'(NASAMS)라고 주장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9일 이 미사일이 해당 병원을 강타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이날 "우리는 민간인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하지 않는다. 폭격은 중요한 기반 시설, 군사 목표물에 대해 실시된다"며 공격을 부인했다. 통신은 다만 러시아 측이 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우크라이나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격이 1682건이나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의료 종사자 및 환자 128명이 죽고 288명이 다쳤다고 밝힌 바 있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오크흐마트디트 어린이병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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