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두고 지원론도 약화…가디언 "우크라에 위태로운 상황"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러시아와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유럽 내 여론이 크게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휴전론이 거듭 제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로서는 유럽의 지원 명분까지 약화하는 이중의 압박이 커지는 모양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이달 3일부터 18일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 등 7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쟁 지원 여론이 1년 새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고브는 영국과 독일에서는 성인 2천여명을 대상으로, 나머지 5개국에서는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전쟁이 길어지더라도 러시아가 퇴각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응답은 스웨덴(50%), 덴마크(40%), 영국(36%)에서만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했을 뿐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30% 선을 하회했다.
독일 28%, 스페인 25%, 프랑스 23%를 각각 기록했고 이탈리아에서는 15%에 그쳤다.
특히 올해 1월과 비교하면 전쟁 지원 여론은 영국에서 무려 14%포인트(50%→36%) 떨어지는 등 모든 나라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점령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전쟁을 마쳐야 한다'는 응답은 7개국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10%포인트 오른 55%를 기록했고 스페인(46%), 독일(45%), 프랑스(43%), 덴마크(34%), 영국(32%), 스웨덴(2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1년 사이에 휴전론이 전쟁 지원론을 앞질렀다.
가디언은 "이런 여론 변화가 관심의 저하를 보여주는지, 아니면 피로감을 반영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장갑차를 몰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향한 유럽인들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냉담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더 있다.
유고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답변은 7개국 모두에서 절반을 넘는 수준을 유지했다. 덴마크가 66%로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프랑스에서도 52%를 기록했다.
그러나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30%를 넘긴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스웨덴이 29%로 그나마 높았고 영국·독일 21%, 덴마크·스페인 17%, 프랑스 14%, 이탈리아 11% 등이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점령한 채로 휴전협정이 체결된다면 어떻게 느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갈렸다.
스웨덴(57%), 덴마크(53%), 영국(51%)에서는 부정적인 느낌이 들 것이라는 답변이 여전히 다수였지만 프랑스(37%)와 독일·이탈리아(31%)에서는 소수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마치겠노라고 공언해 왔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 주변에서는 러시아의 점령지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불허하는 내용의 휴전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전선에서 병력의 우위를 앞세워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이후 만 3년이 가까워져 오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위태로운 상황에 나온 데이터"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