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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세계 각 지역의 외교 현안을 다룰 특사를 잇달아 임명하면서 업무 중복에 따른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사들의 임무가 기존의 국무부 당국자나 대사의 역할과 겹치면서 누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놓고 내부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국무부 중남미 특사로 모리시오 클래버-커론 전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가 "중남미 지역을 잘 알고 있으며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미국인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에는 자신의 정치적 도약에 발판 역할을 한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 제작자 마크 버넷을 영국 담당 특사로 지명했다.
지난 14일에는 북한 업무를 포함한 '특수 임무' 담당 특사에 리처드 그리넬 전(前) 주독일 대사를 지명했다.
이 밖에 군 장성 출신인 키스 켈로그를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부동산 사업가인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각각 발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3일 트럼프 당선인의 특사 '무더기' 지명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사들에게는 통상 대사나 국무부 차관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이 맡는 역할이 부여되거나, 역할 자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 업무 중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트럼프 당선인은 그리넬 특사를 지명하며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가장 뜨거운 일부 영역을 담당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와 중남미특사 클래버-커론이 업무를 어떻게 조율하는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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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대 우방국으로 당장 민감한 갈등 현안이 없는 영국에 대사에 더해 특사까지 둘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폴리티코는 앞으로 특사의 역할이 더 명확해지고 일부 특사 직위는 권위가 거의 없는 '장식용'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의 인선은 국제사회 파트너들과의 소통에 혼선을 야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또한 같은 임무를 담당한 인사들 사이에 영역 다툼도 벌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같은 인사 배경에는 정책을 속전속결로 추진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특사 임명에는 통상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만, 의회 내 일정 절차를 밟으면 최대 1년까지 상원 승인 없이 특사를 기용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파나마 주재 대사로 임명됐다 견해차로 사임한 존 필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의제를 실현할 "1년짜리 독약을 투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경쟁 포트폴리오의 미로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권력 다툼이나 내부 갈등만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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