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기숙사 확충 추진…원룸 주인들-학생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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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4. 오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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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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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794명 수용…"생존권 위협" vs "거주지 선택할 권리"

인하대 후문에 걸린 기숙사 반대 현수막
[촬영 홍현기]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하대학교가 학생 1천794명을 수용하는 기숙사를 지으려고 하자 주변 원룸 소유주들이 생존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단체 행동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인하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2027년 3월 개관을 목표로 미추홀구 캠퍼스 부지 내에서 지상 15층 규모 '행복기숙사'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숙사는 대부분 2인실로 지어지며, 학생 총 1천79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건립사업은 수익형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8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조달해 기숙사를 지은 뒤 인하대에 소유권을 양도하는 대신 30년 동안 운영 수익을 갖는 구조다.

인하대는 학생 수요 대비 기숙사 규모가 턱없이 작아 조속히 기숙사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하대에서 현재 운영 중인 기숙사 생활관 3곳은 전체 재학생 1만9천131명 중 12.6%인 2천406명만 수용할 수 있다.

인하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전국 평균인 23.5%와 인천지역 대학 평균인 19.3%에 모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2000∼2005년 준공된 인하대 생활관은 노후화로 전기·배관 시설의 내구연한이 초과한 상태이고,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만 재정 부담으로 최소한의 보수만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숙사 확충 소식에 주변 일부 원룸 소유주들은 "기숙사가 추가로 들어서면 주변 원룸 건물의 공실률이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라며 "상권도 침체하면서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숙사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최근 대학 후문에 '후문 상권 생존권 위협! 행복기숙사 철회하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인하대 인근 원룸 건물주인 심모(70)씨는 "가뜩이나 대학가 원룸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기숙사를 추가로 지으면 서민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원룸을 운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대학가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상권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기숙사 거주 비용은 원룸 월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숙사 건립은 학생들에게 혜택도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영세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면서 대학과 재단이 방 장사를 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원룸 소유주들의 움직임에 인하대 학생들은 "경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상인들의 주장과 달리 인하대 후문 인근 원룸의 월세는 40만∼50만원(관리비 별도) 수준으로 기숙사 월평균 거주 비용인 22만∼33만원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원룸을 구하려면 수백만원의 보증금도 마련해야 하고 1년 단위 계약에 따라 방학 때도 월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호소했다.

인하대 재학생 한모(21)씨는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은 학생들의 기본 권리"라며 "(인하대 주변 상인들이) 이익을 위해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면서 우리의 거주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명분도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생 복지 향상을 위해 기숙사 건립은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변 주민들과 계속해 소통하면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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