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이어 허찔린 르펜…이번에도 극우 한방 먹인 '공화당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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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전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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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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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집권 막기 위해 이념 초월해 결집…변곡점마다 영향력
이번에도 효력 발휘…공화당 전선 결속력 약화 관측도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치사에 극우 정당이 위협적 존재로 떠오를 때마다 형성된 '공화국 전선'이 이번에도 힘을 발휘했다.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 결과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극우 국민연합(RN)이 3위로 몰락했다.

대신 2위에 머물러 있던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깜짝 1위로 올라서는 파란이 연출됐고, 참패가 예상된 범여권은 2위로 기사회생했다.

이런 극적인 결과가 나온 이유는 프랑스 유권자들 사이에 '공화국 전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공화국 전선'은 극우 세력의 집권 저지라는 목표 아래 이념을 초월해 정치 세력이 하나로 연대하는 현상을 말한다.

프랑스 정치사에 공화국 전선이 태동한 건 1950년대다.

1956년 총선에서 당시 사회당과 급진당이 극우 세력의 부상을 막고 공화국의 가치를 지킨다는 목적으로 동맹을 맺은 게 시작점이다.

공화국 전선은 1980년대와 1990년대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이 부상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공화국 전선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한 건 2002년 대선에서 마린 르펜 현 RN 의원의 부친이자 원조 극우의 아이콘인 장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면서다.

당시 프랑스 정치권은 극우 후보가 대선 결선에 진출할 정도로 세를 키웠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 당시 연임에 도전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그 결과 1차 투표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장마리 르펜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19.9%, 16.9%로 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2차 투표에서는 82.2%, 17.8%로 4배 차이가 났다.

1차 투표에서 극우를 지지한 유권자 외엔 모두 공화국 전선 아래 뭉쳐 시라크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밀어준 것이다.

공화국 전선은 2017년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었을 때, 2022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재대결을 펼쳤을 때도 작동됐다.

다만 극우가 지지층을 넓혀가면서 공화국 전선의 위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곤 했다.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의원이 처음 맞붙었을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득표율은 66.1%로 르펜 의원 득표율(33.9%)의 약 두 배였지만, 2002년 대선 결선 결과와 비교하면 공화국 전선의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의원이 2022년 재대결했을 때 득표율 격차도 절반 가까이인 17.1%포인트로 줄어 사실상 공화국 전선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에서 공화국 전선은 지지율 1위를 달리던 RN을 3위로 끌어내리는 위력을 발휘하며 아직 프랑스 유권자들이 극우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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