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누비장인 기술을 현대미술 속에…이슬기 갤러리현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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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7. 오후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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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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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현판프로젝트'·이불 프로젝트 등

이슬기 '현판프로젝트 쿵쿵', 2024, 홍송에 단청, 140x180x4cm[갤러리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을 받은 재불작가 이슬기(52)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적인 요소와 일상의 사물이나 언어를 기하학적 패턴, 선명한 색채로 표현한 조각과 설치 작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단청이나 누비 장인(匠人)들과 협업해 전통 기술을 현대 미술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도 작가의 작업 특징 중 하나다.

27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시작한 이슬기의 개인전 '삼삼'은 이런 그의 작업 특성을 고루 보여주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이슬기, 모시 단청, 2024, 단청, 700x1000cm[갤러리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 3개층 각 층에는 격자 모양의 벽화가 그려졌다. 단순히 색선으로 격자를 그은 것 같지만 단청을 사용한 '모시 단청' 벽화다. '긋기 단청'이라는 전통 기법을 구사하는 단청 장인과 협업한 작업으로, 격자의 가로, 세로선은 마치 모시천의 씨실, 날실과 닮았다.

지하와 1층 사이 공간의 설치 작업인 '느린 물'도 장인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고대 로마의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으로, 나무 문살에 단청으로 채색해 일렁이는 바닷물과 반사되는 빛을 표현했다.

진주명주, 통영 누비장인과 협업한 이불 프로젝트 전시 모습, 왼쪽부터 'U: 트집잡다', 'U:부아가 나다'[갤러리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영의 누비장인과 협업한 '이불 프로젝트:U'의 신작도 볼 수 있다. 2015년 시작된 이불 프로젝트는 장인과 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작업으로, 프랑스 친구에게 누비이불을 선물하고 싶었지만 요즘은 한국에서 누비이불을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데서 출발했다.

빛 반사가 뛰어난 진주 명주(견직물) 조각천을 조합해 누빈 이불은 색상이나 형상이나 모두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작가는 작은 위트를 더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부아가 난다'는 제목의 이불 작업 속 형상은 '허파가 부푼다'라는 '부아가 난다'의 의미 그대로 부은 허파 모양을 표현하는 식이다.

새로운 작업인 '현판 프로젝트'도 처음 소개된다. 커다란 나무 널판지 위에 '쿵'이나 '스르륵', '부시시'같은 단어를 캘리그래프처럼 새기고 그 위에 '덕'이나 '쉬' 같은 대구를 이루는 소리를 흰 단청으로 중첩한 작업들로, 역시 장인과 협업했다.

선사 시대와 신석기 시대 유물에 나타난 여성 신체 표현을 모티프로 삼은 '쿤다리' 연작과 아날로그 핀볼 게임인 '바가텔'을 재구성한 '바가텔' 등 구작까지 3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8월4일까지.

이슬기 작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종이죽으로 만든 탈 작품 'K(계란코)'다. [갤러리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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