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만류에도 보복 의지 강경…'확전 막자' 국제사회 총력
송고시간2024-08-05 09:42
"이란, '그냥 못 지나가' 주변국 자제 요청도 묵살"…이스라엘, 선제 대응 검토설도
이란 보복 초읽기 속 네타냐후 "이미 악의축과 다면전" 전면전 대비태세
각국 여행 자제 권고…항공사들 이스라엘 노선 운행 중단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자국 수도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의 보복 임박 관측 속에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확전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란은 자제 요청을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전면전 위기 속에 중동 주변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3명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르면 5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니예가 암살되자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공언한 바 있다.
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최고위급 지휘관을 표적 공습해 제거한 이스라엘에 앙갚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 이스라엘에 보복할지 알 수 없지만, 공격의 파괴력을 키우기 위해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시리아 정부군 등 이른바 '대리 세력'을 동원하는 카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4일 주례 각료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는 벌써 '이란 악의 축'과 다면전을 치르고 있다"며 "우리는 공격과 방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가 돼있다. 우리를 향한 어떠한 공격행위에 대해서도 무거운 대가를 물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군사 훈련 등 다양한 조치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공격 시나리오 예측이 어려운 가운데 이스라엘이 레바논 등에서 선제적 조처로 '예방적 행동 또는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이 전했다.
이스라엘 국내 전선사령부는 주민들에게 주택 내 안전한 대피 공간에 음식과 물을 비치하라고 당부했다.
구급대원들은 전면전 발생을 가정한 비상 훈련을 실시했다. 레바논 국경에서 가까운 이스라엘 북부의 의료센터들도 환자들을 지하 보호 병동으로 옮길 준비를 갖췄다.
이스라엘 최대 항구도시 하이파의 산업시설에서는 헤즈볼라 등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대비해 위험물질 제거 작업도 진행됐다.
전면전을 우려한 미국과 주변 아랍권 국가들은 이란을 자제시키려 하지만, 이란은 이런 요청을 묵살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이 유럽과 중동내 협력국 정부들에게 확전 방지를 위한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란 측이 "아랍 외교관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대응이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거부 했다는 것이다.
이란의 보복이 자칫 연쇄적인 대응을 촉발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런 메시지 전달의 배경이라고 WSJ은 해석했다.
'이슬람권의 종가' 격인 요르단도 이례적으로 하이만 사다피 외무부 장관을 테헤란에 급파해 막판 보복 자제 설득을 시도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그러나 이란이 하니예 암살과 관련,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과감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요르단의 설득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사파디 장관과 회담에서 하니예 암살은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라며 보복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이란 국영 방송이 보도했다.
맹방인 이스라엘을 이란의 보복으로부터 지키겠다고 공언한 미국은 전력 증강도 결정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앞서 지난 2일 탄도 미사일 방어 역량을 갖춘 복수의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중동과 유럽으로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또 중동에 1개 대대 규모의 전투기 추가 파견, 1개 항공모함 타격 전단을 유지하기 위한 핵 추진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 타격 전단 출격도 명령했다.
긴급한 상황 속에 중동 내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마이클 쿠릴라 미국 중부사령관이 중동 순방에 나섰다. 쿠릴라 사령관은 걸프 국가들과 요르단, 이스라엘 등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릴라 사령관은 이번 방문을 통해 지난 4월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 당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방어한 것과 같은 공조를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미 당국자는 예상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4월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이스라엘에 폭격당하자 같은 달 13~14일 이스라엘 본토를 처음으로 직접 공격했다. 당시 공격에는 무장 드론과 탄도 및 순항 미사일 수백기가 동원됐다.
미국은 당시 유럽 동맹국들과 주변 아랍권 우방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을 거의 피해 없이 막아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보복'을 천명한 이란이 물러서기를 바라지만 실제 보복을 자제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델라웨어주 그린빌에서 '이란이 물러서겠냐'는 질문에 "그러길 바라는데,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각국은 자국민의 중동 여행을 자제시키고, 항공사들도 중동 노선 운항을 일시 중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즉시 떠날 것을 권고했고 스웨덴도 베이루트 주재 대사관을 일시 폐쇄하면서 레바논에 남은 자국민에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른 나라로 떠나라고 촉구했다.
영국 외무부는 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자국 대사관 직원들의 가족들을 현지에서 철수시켰다고 발표했다.
한국 외교부도 본부·공관 합동 상황점검 회의를 열어 재외국민 안전 및 보호 대책을 점검하고 레바논과 이스라엘 등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에게 조속히 출국해 달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델타, 유나이티드, 루프트한자, 에게항공 등이 이스라엘 노선 운항을 중단했으며,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국영 엘알 항공이 자국민 수송을 위해 아테네, 키프로스 등 노선에 항공기를 추가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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