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경기도 양주의 한 태권도장에서 30대 관장 A씨의 학대로 4세 아동이 사망한 가운데 학대 행위가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해당 영상부터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JTBC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A씨가 높이 약 124cm의 매트를 돌돌 말아 세워놓고 그 안에 생긴 폭 20cm 구멍에 아이를 거꾸로 집어넣는 장면이 담겼다. 좁은 구멍에 갇혀 호흡이 곤란해진 아이는 “살려달라”며 발버둥쳤으나 A씨는 이를 방치한 채 주변에서 다른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아동은 약 27분간 이 같은 상태로 방치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씨가 혼수상태로 발견된 후에도 응급조치는 외면한 체 CCTV 영상 삭제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A씨는 아동체육학을 이수하고 유소년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였으며 응급구조 관련 교육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동은 사건 발생 11일 만인 지난 8월 23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병원 측과 협의 후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A씨는 “다른 아이들도 수없이 매트에 넣었다. 단순한 장난이었다”며 “아이의 사망은 학대가 아닌 연명치료 중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사 과정에서 태권도장의 다른 아동들도 유사한 학대를 당해온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현재 A씨는 아동학대 살해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CCTV 삭제 시도를 근거로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나 인과관계 및 미필적 고의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