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연구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관련 기술 육성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연구용 지하시설(URL)을 위한 부지를 공개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
산업부는 “고준위 방폐장과는 별개의 부지에 건설하는 순수 연구시설로 운영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은 전혀 반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총사업비는 지방자치단체 부담 비용과 기술 개발 투자비를 제외하고도 약 5138억 원으로 추산된다. 부지면적은 지상 3만 6000㎡로 지하는 단일 결정질암이 최소 6만 ㎡ 이상 분포해야 한다.
URL은 처분 시설과 유사한 깊이인 지하 약 500m에서 한국 고유 암반의 특성과 한국형 처분장 성능을 실험·연구하는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국내 지질 환경에 적합한 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이 이뤄진다. 시민들이 고준위 방폐장과 유사한 환경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견학 시설로도 활용된다.
연구용 지하시설 부지는 지자체가 제출한 유치계획서를 원자력환경공단이 꾸린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평가한 뒤 암반 종류의 적합성을 포함해 8개 항목으로 이뤄진 현장 부지 조사를 거쳐 확정된다. 부지가 확정되면 2026년부터 시설 구축을 시작해 2032년 최종 준공, 2050년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2021년 12월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올해 2월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연구개발 로드맵’에 따라 연구용 지하시설을 활용해 방폐물 관리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독일·스웨덴·스위스·캐나다·벨기에·프랑스·일본 등 8개국도 이와 유사한 연구용 지하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연구 인력 유입 등 경제적 기대효과는 1000억~3000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