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민주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985년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를 주도해 ‘586세대’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함운경(57) 씨는 “내가 장사해보니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하는 사람은 다 사기꾼”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전북 군산에서 5년째 횟집을 운영해온 함 씨는 “어떻게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소득을 늘릴 생각을 하느냐”며 “국가가 임금을 많이 주라고 하면 오히려 고용을 줄인다”고 말했다. 매출이 늘어야 직원들의 월급도 올라가지, 월급이 오른 다음에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임금 인상→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생산 증대→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을 2018년(16.4%)과 2019년(10.9%)에 급격히 인상했지만 되레 자영업자의 몰락과 일자리 축소를 초래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여전히 소득 주도 성장에 집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7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영상 메시지에서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인상해 소득 주도 성장을 포함한 포용적 성장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청년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경제정책에 대해 자화자찬한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프랑스의 실패 사례를 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했지만 외려 일자리는 줄고 물가 급등에 자금의 해외 유출까지 벌어졌다. 결국 미테랑 정부가 시장 중심 정책으로 선회하고 나서야 경제 혼란을 수습할 수 있었다.
정세균 전 총리가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밥을 퍼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밥을 지어내는 역동성”이라고 말했다. 여권 전체가 ‘새로운 밥 짓기’를 말뿐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현금 뿌리기가 아닌 신성장 동력 확보가 일자리 창출과 사회 안전망 강화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