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제1야당 대표의 출현은 정치권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평론가들은 당장 내년 대선이 그동안 고착됐던 진보와 보수의 진영 대결 구도가 아닌 세대 간 대결의 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86세대가 20년 가까이 군림해온 더불어민주당은 특단의 혁신 조치가 없으면 ‘노쇠한’ 정당으로 낙인찍혀 중도층 이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은 지지부진했던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이 대표의 당선은 정권 교체 열망과 세대교체 선언이 모두 담겨 있다”며 “20·30세대가 기득권인 86세대에 대해 교체 선언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20·30세대가 국민의힘의 고정 지지층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0·30세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았지만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은 진보와 보수가 총집결했던 2012년 대선의 흐름보다는 세대 간 대결이 정면으로 부상하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역대 대선은 진보와 보수가 총결집해 싸우는 성격이 컸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보수 정당을 수구 세력으로 규정하며 ‘반보수 연대’로 재미를 본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진영 대결보다는 세대 간 대결이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 세력이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지지를 바탕으로 40대에서만 우위를 보이는 민주당을 포위해나가는 전례 없는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민주당은 세대교체 바람이 몰고 올 후폭풍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기득권 정당’의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0선인 이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선거 1~2위를 40대 초선인 조수진 의원과 30대 배현진 의원이 각각 차지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50·60대가 당의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정당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당내 현역 의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한 86세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2선 퇴진론 요구에 시달리는 등 당내 분란이 앞으로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소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0·40대가 약진했다. 당의 핵심 보직인 사무총장과 수석대변인 등도 젊고 참신한 인물들이 차지한다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더욱 기득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의 당선이 스윙보터 역할을 해온 중도층이 차기 대선에서 여당이 아닌 야당을 선택하게 만드는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정당한 일’이었다고 선을 그은 만큼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지만 보수 정당 지지는 머뭇거렸던 중도층이 돌아설 심리적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