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2018년 이후 3년여 만에 강세장을 보여 ‘비트코인 시즌2’라고 불렸던 국면이 저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이 상당 기간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지난 1개월간 가격이 상승한 암호화폐는 전체 원화 거래 코인 117개 중 단 한 개(쎄타퓨엘 51.59%)에 불과했다. 나머지 116개는 줄줄이 하락했다. 가장 낙폭이 큰 것은 암호화폐 리스크로 68.49% 폭락했고 퀀텀도 65.26% 내렸다. 다음은 온톨로지(-63.56%), 스와이프(-62.03%) 등이었다.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도 한 달 전과 비교해 46.71% 폭락했고 이더리움도 43.80%, 도지코인은 36.17% 내렸다.
기간을 좁혀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대부분의 암호화폐 가격은 급락했다. 가격이 오른 코인은 117개 중 8개에 그쳤다. 쎄타퓨엘이 68.63% 올랐고 스트라이크가 19.15%, 쎄타토큰이 13.48% 상승했다. 이에 반해 암호화폐 썸씽이 27.05% 하락해 하락률이 가장 컸고 다음은 체인링크로 26.16% 미끄러졌다.
코인 가격 급락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과 주요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대응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던 미국이지만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돈을 푸는 정도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급등한 암호화폐도 이에 따라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암호화폐 관련 인플루언서 등 주요 사용자 계정을 차단했다는 소식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업권법이 국회에서 논의가 되는 등 제도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가격이 워낙 빠르게 내리다 보니 투자심리도 차갑게 식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의 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정도를 말하는 ‘김치 프리미엄’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대부분의 코인에서 2~3%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에서의 투자 열기가 해외보다 뜨거울 경우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한때 20%를 넘었지만 대폭 축소됐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