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생산한 반도체 불량으로 2조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휘청였다. 회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0.78% 내린 12만 7,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주가는 2% 넘게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460억 원 규모로 사들인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낙폭을 줄여가며 거래를 끝냈다.
대규모 품질 불량설이 주가에 악재였다. 웨이퍼 약 24만 장에서 문제가 생겨 SK하이닉스의 고객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등이 반품을 요청했고 손실액이 2조 원에 달한다는 소문이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하반기 영업 이익이 약 2조 2,6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태의 충격은 클 것이라는 해석도 많았다.
하지만 이는 부풀려진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머상의 불량 및 손실 규모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루머에서 나오는 24만 장의 불량 규모는 SK하이닉스 전체 생산의 50%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알리바바·텐센트·HP와 관련한 물량 비중은 약 10~15%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즉 이들 3개 사로 향하는 물량 전체에서 차질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는 최대 3만 장에 그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일부 불량 이슈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현재 나타난 불량은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이며 24만 장이라는 건 과장된 수치”라고 했다. 이어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손실이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문을 촉발한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물에 대해 경찰 수사도 요청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불량 이슈는 SK하이닉스의 제조 공정 중 소재 쪽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재 등을 바꾸면서 벌어지는 차질은 종종 있어 장기적으로 끌고 갈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