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로 불리는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올해 5월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가 약 1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미국 증시를 덮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돈줄 조이기 방침이 나올 것을 경계하면서도 경기 정상화와 함께 미 증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2억 6,300만 달러 (약 2,930억 원) 규모 순매수(결제 기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21억 달러(약 2조 3,400억 원) 순매수한 것에 비해 약 87% 급감했다. 특히 5월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2억 2,400만 달러 사들인 지난 2019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 주식을 사는 데에 매달 원화 기준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었던 서학 개미들의 움직임이 급작스레 둔화된 것이다. 5월 매수와 매도를 포함한 총 거래 금액의 경우 약 229억 달러로 보면 전월 대비 243억 달러 대비 5.76% 줄었다. 올해 최저치다.
지난달 미 증시는 ‘혼돈의 장’이었다. 글로벌 상품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주요 기술주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았다. 연준이 예상보다 이르게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거나 자산 매입 축소 방침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 당국자들이 시장 달래기에 나서고 시장도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반등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5월 한 달간 1.5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55%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1.78% 오르고 중국의 성장주 중심인 선전의 주가지수가 5.26% 상승한 것에 크게 뒤지는 성적이다.
서학 개미의 ‘최애 종목’ 테슬라의 말썽도 분위기를 냉각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연일 자신의 트위터로 기행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내며 역풍을 맞았다. 이에 국내에서 지난달 테슬라를 산 규모도 8,080만 달러로 지난해 5월(6,290만 달러) 이후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밑돌았다.
장세가 주춤한 틈을 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은 커졌다. 3배짜리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에 나스닥100지수의 변동률에 3배 수익을 얻는 ‘TQQQ’ ETF를 5,035만 달러 규모로 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3배 베팅하는 ‘SOXL’ ETF 순매수도 2,388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 증시가 다소 주춤하지만 올 연말까지 상승 여력은 더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현재로서는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치를 보면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JP모건과 UBS는 4,400포인트를 목표치로 설정했고 RBC는 4,325선을 예상한다. 현재보다 5%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씨티의 예상은 4,000포인트로 하락에 비중을 두고 있다.
대응 전략에 있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물가 레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6월에는 성장주를 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 시 금융·에너지 등이 강세를 보였다”며 “미 통화정책의 출구 전략 이슈가 커질 때 필수 소비재 등으로 추가적으로 방어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