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콩 한 쪽도 나누는 따뜻한 손


얼마 전 광장시장 상인들이 땀 흘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상인들은 일년 365일 같은 시간에 장사를 시작한다. 문을 연다고 항상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때로는 손님이 북적거릴 때도 하루 종일 한산할 때도 있다. 이렇게 대박 집과 쪽박 집을 오가며 어느덧 시장의 터줏대감들이 생겨나고 자리를 잡았다.

우리네 삶이 그렇다. 땀 흘려 노력해도 행운과 고난이 번갈아 찾아오며 인생에 굴곡을 만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문제는 어느 세대건 인생의 고비를 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쳐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2030 세대의 최대 고민은 일자리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할 나이에 직장은 필수다. 일자리를 구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첫 번째 단추를 채우기가 너무 힘들어 아픈 청춘들이다.

4050 세대는 자식 뒷바라지와 부모님을 모시느라 자신들의 인생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채 세월이 흐르고 있다. 직장에서는 구조조정과 조기퇴직 칼바람에 전전긍긍해야 하고 가정에서는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굴레를 지고 자식들의 취업과 혼인 문제까지 떠안아 고심하는 속에 주름살만 늘어간다.

어르신 세대 역시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자식들 키우느라 노후대책은 엄두도 못 내고 사신 탓에 인생의 황혼기를 유유자적하며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백세(百歲)시대를 맞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 해도 은퇴 후 재취업은 다른 사람 얘기 같고 힘들게 살아가는 자식들 생각에 용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 난방비 걱정으로 보일러도 제대로 틀지 않고 버틸 뿐이다.

광장시장 어느 상인의 말이 떠오른다. "인생을 살다 보면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하는 날이 많은데 이때 좀 더 힘을 내면 넘지 못할 고비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 버티기는 너무 가혹하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에도 우리 선조들은 콩 한쪽도 이웃과 나눴다. '십시일반'이다. 인생의 고비를 만나고 한계를 넘을 때 이겨낼 수 있도록 잡아줄 수 있는 '따뜻한 손'이 필요한 때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돕고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희망사다리를 곳곳에 놓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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