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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택시법)' 개정안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국회와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정부 대안을 택시업계가 수용할지 지켜본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의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설득작업을 지켜본 뒤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며 "택시특별법에 대해 업계를 설득하겠지만 업계가 제안을 거부하면 약속대로 택시법을 재의결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택시법 개정안 의결이 국회의원 222명이 찬성해서 이뤄진 만큼 웬만하면 수용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도저히 수용을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택시법을 정부가 거부한 데 불편함을 표시하면서도 즉각적인 재의 절차를 밟기보다 정부와 업계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고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택시법에 대한 대체입법으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택시지원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택시지원법은 ▦재정지원 ▦총량제 실시 ▦구조조정 ▦운송비용 전가 금지와 장시간 근로 방지 ▦택시 서비스 개선 ▦조세감면 ▦복지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택시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정부의 택시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유감을 드러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당선된 후 의원 222명이 찬성해 사실상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거부권 행사는 사회적 합의를 깨고 갈등을 촉발할 뿐이며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에 따라 반드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택시업계는 대중교통 법제화와 무관한 정부의 대체법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곧장 운행 중단에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는 이날 오후 대표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결정했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사무처장은 "전국 25만대 택시에 검은 리본을 부착하는 것으로 집단 항의 표시를 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택시법이 부결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김 처장은 "정부에서 내놓은 특별법은 내용도 신뢰할 수 없고 언제 입법할지도 알 수 없다"며 "택시 대중교통법 입법을 방해하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에서 택시법 재의요구안에 서명하면 정부는 국회에 이를 제출한다. 재의요구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의 과반수(151명)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되면 법률로 확정된다. 국회는 1일 국회의원 총수의 3분의2를 훌쩍 넘긴 222명의 찬성으로 택시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국회가 재의결한 안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다시 행사할 수 없고 정부는 이를 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