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은 사람이 경쟁력… 시너지 위해 넘기려면 다 넘겨야"

외교부 통상 조직 일부만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겠다는데…
일부 국·과만 이전하면 FTA 협상력 약화 불보듯
다자무역협상 주요 축인 제네바 공관도 뭉쳐놔야
"해외공관 정무·통상 분리 안돼 지금이 낫다" 반론도


통상업무를 지금의 외교통상부에서 앞으로 신설될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넘기기로 한 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통상업무 조직을 온전히 이전해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력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외교부는 일부 국ㆍ과만 이전한다는 입장이다. 안호영 외교부 1차관은 17일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해 외교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통상업무 가운데 일부는 외교부에 남는다"고 밝혔다.

◇통상 이원화는 경쟁력 해쳐=전문가들은 통상조직을 옮길 때 모두 이전해야지 일부만 옮기는 것은 사실상 통상업무를 이원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담당부처가 두 개가 된다는 것이다. 새 정부에서 보호무역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산업과 통상을 함께 가져가겠다고 한 만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한 부처로의 일원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통상은 사람이 재산이다. 교섭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오지 않고 외교부에 남게 되면 우리나라의 FTA 협상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미, 한ㆍ유럽연합(EU) 같은 주요 FTA는 끝났지만 여전히 파괴력이 큰 한중ㆍ한일 협상이 남아 있다. 지금 통상교섭본부에서 일하는 직원 중 상당수가 조직개편 이후에도 외교부에 남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생기더라도 FTA 협상전문가들은 외교부에 남으려 할 것"이라며 "국익을 위해서는 지금의 통상교섭본부 조직을 그대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전한 뒤 추후에 원하는 이들은 외교부 복귀를 허용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다자무역협상의 주요 축인 제네바 공관 같은 해외 업무도 한 부처로 몰아주는 게 맞다는 주장이 있다. 박노형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장은 "정책적으로 통상과 산업이 같이 가야 한다면 협상하듯 뭐를 떼어주고 남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현실 무시한 처사=반론도 만만치 않다. 15년간 유지돼온 외교통상부 체제를 해체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말이다. 외교와 통상은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해외 공관에서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를 분리할 수 없다"며 "외교부의 해외 공관과 인력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금의 체제가 더 낫다"고 말했다.

외교부에서는 국제기구 및 교섭업무를 다루는 통상교섭본부 국제경제국과 다자통상국 같은 조직은 예전부터 외교부에 있었기 때문에 잔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가 통상 기능을 가져온 1998년 이전에도 국제경제국과 통상교섭국이 외교부 조직으로 있었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조약 체결 업무는 외교부가 담당하고 있어 이런 기능도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외교부 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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