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韓流마케팅' 亞공략 박차

LG생활건강·삼성전자등 인기탤런트 광고모델로 특수중화 문화권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은 '이미지' 등 감성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준 사례이기도 하다. 중화 문화권의 한국 대중문화 유행 현상을 뜻하는 한류 열풍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제 하나의 사회ㆍ문화적 현상으로 이 지역에 자리잡았다. 한국 제품이나 한국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하한주(哈韓族)'라는 말도 이미 보편적인 용어가 됐다. 또 중국 대만 홍콩 등에 이어 베트남 등지로 빠르게 확산중이기도 하다. '사랑이 뭐길래'와 '별은 내 가슴에' 같은 TV드라마 등에서 출발, 세련되고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데 성공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력은 한 시절 국내의 '미제'나 '이태리 제' 가 지녔던 그것처럼 폭발적이다. 중국 정부에서 한 때 주요시간 한국산 TV드라마 방영을 공식 금지하기도 했을 정도다. 스타에 대한 환상은 그들이 걸치고 나온 의상 액세서리 소품 등 한국 상품 구매 바람으로 이어졌다. 중국 베이징이나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백화점, 상가에서 목걸이 귀걸이 티셔츠 액세서리 같은 한국산 경공업 제품을 만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상점마다 한국 풍을 빌린 제품이나 한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구매하려는 중국 청소년들로 붐빈다. 경공업 제품 선호도는 또 한국산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구매로 파급됐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 판매에 나설 경우 지역 선호도가 높은 모델을 기용하기 마련인데 국내 모델들을 내보내는 것이 도리어 마케팅에 도움을 줬다. 국내 스타들이 등장한 모니터 이동통신기기 MP3플레이어 등이 현지 청소년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상품으로 부상하며 점유율 면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또 국내 모델들이 현지 광고모델로 기용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탤런트 김희선씨가 최근 중국 통신회사와 광고 출연 계약으로 받은 금액은 우리 돈으로 16억원에 가깝다.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마케팅 기법은 물론 새로 생긴 현상은 아니다. '세련됨'을 앞세운 프랑스 제품이나 '우수함'을 포장한 미국 제품이 국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던 것과 실상 다를 게 없는 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가 여타 선진국들처럼 이런 이미지를 구축해 가는 데 공식적인 플랜을 만든 적이 없다는 것 뿐이다. 열악한 현지 TV 제작환경을 빌미로 값비싼 일본 드라마 대신 수출되기 시작한 국내 드라마는 한류 열풍의 시발. 여기에 안재욱 및 그룹 H.O.T.의 콘서트는 중국 지역 '한류' 열풍의 기폭제가 됐다. 중국인들은 권선징악에 기반한 우리 드라마에 정서적 동질감을 느꼈고 한국에서 온 스타들의 깨끗하면서도 감성적인 이미지에 환호했다. 올림픽 유치를 앞둔 시점에서의 '88올림픽 따라하기'도 시너지 효과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러한 한류 열풍을 지속, 확산시키며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정책연구기관에서도 현지 마케팅 전략으로 한류 열풍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통계도 공식적인 통로도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 남이 가진 것만을 부러워하기 이전에 우리가 지닌 것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시너지 효과로 연결해 낼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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