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현대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바탕으로 건축자재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등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아이파크, 현대건설, 현대엠코 등 굵직굵직한 친족 건설사들로부터 일감 몰아받기를 통해 안정적 고수익을 올리고, 이를 통해 다른 건설사 입찰이나 시판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싼 제품을 공급해 경쟁사를 따돌리며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
KCC의 이러한 행태는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방침에 정면 위배되는 것으로 향후 파문이 일 전망이다. 이와관련,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당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에서 특히 문제되는 건 친인척들이 있는 기업, 즉 실질적인 기업집단내에서 친인척으로 연결된 기업"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방계 그룹으로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따라 재벌 계열사들의 친족회사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주 거래처인 현대아이파크, 현대건설 등 방계 대형 건설사들에 납품할 때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타 건설사에 건축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 관계사에서 제값을 받고, 타 건설사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넣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KCC의 PVC바닥재, 합성목재, PVC창호 등 건축자재 주요제품의 시장 판매 가격은 경쟁사보다 10~15%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품목은 최고 20%나 싼 제품도 있었다.
PVC바닥재의 경우 대리점에서 소매점으로 공급되는 전국 평균가격이 KCC의 '숲옥'은 1.83m*1m당 1만2,000원, A사'명가프리미엄'은 1만4000원, B사'자연애2.2'는 1만6,000원으로 꽤 큰 가격 차이가 났다. 건축자재의 특성상 대량으로 납품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물품 공급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 시판시장에 저가로 물품을 내놓는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다면 우리같은 업체들은 불이익을 받고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KCC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현대그룹 건설사 공사에 아예 참여할 수가 없다"며 "제3의 건설사 입찰때 KCC가 덤핑을 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부당함을 토로했다.
이와함께 업계에서는 KCC가 건축자재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로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에 안정적으로 도료 납품을 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국내 도료업계 1위인 KCC는 대부분의 매출, 영업이익이 도료 사업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도료사업에서 번 돈으로 건축자재 시장에서 가격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KCC의 지난해 3ㆍ4분기 누적 매출 2조4,200억원 중 도료 부문의 매출은 절반이 넘는 1조3,337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건축자재 매출은 도료 매출의 절반 수준인 7,76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더 큰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도료 사업의 영업이익은 1,741억원으로 건축자재 부문의 영업이익 648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결국 도료 사업에서 얻은 높은 수익을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건축자재 사업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도료 부문의 주요 매출처도 선박용 도료 거래선인 현대중공업와 자동차용 도료 거래선인 현대자동차로 친족 관계사간 일감 몰아주기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대해 KCC 관계자는 "현장이든 어디든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들어가는 게 상례"라며 "KCC가 가격 덤핑까지 해서 하나도 안 남기고 파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다른 경쟁기업들도 다 그룹내 건설사가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현대건설, 현대아이파크 등도 예전과 달리 수의계약을 안 붙이고 경쟁입찰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