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GDP 전기 대비 0.1% 성장 우리 경제가 1ㆍ4분기 전기 대비 소폭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의 경기 급락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는 주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덕분에 의한 것이어서 의미 있는 반등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도 "아직은 저점 신호라 볼 수 없고 저점을 찾아가는 단계"라며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점이 멀었음을 예고했다. ◇경기부양으로 경기 급락세 일단 '멈춤'=한은에 따르면 1ㆍ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0.1%였다. 소폭이긴 하지만 지난해 4ㆍ4분기의 -5.1%에 비해서는 상당폭 개선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 속도가 완만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주요국들이 마이너스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우리나라만 플러스 성장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지난해 4ㆍ4분기의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탈피하는 시그널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ㆍ4분기 초반 안 좋았다가 지난 3월 중순 지나면서 우리 경제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급격한 경기하강세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약하나마 우리 경제가 소폭 플러스로 돌아선 데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크게 기여했다. 정부가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사회간접투자(SOC)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그 결과 정부소비는 지난해 4ㆍ4분기 1.0%에서 3.6%로 늘어났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3.9%에서 5.3%로 급반전했다. 이에 따라 내수는 전분기 4.3% 감소에서 0.9% 증가로 전환됐다. ◇"저점 신호 아닌, 저점을 찾아가는 과정"=그럼에도 우리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기대비 소폭 플러스로 전환됐을지언정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년 만에 최악인 -4.3%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급속하게 진행됐던 경기하강세가 1ㆍ4분기에 완만해졌지만 아직 바닥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며 "여전히 지난해 2ㆍ4분기 이후의 수축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저점 신호라고 볼 수 없고 저점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주요 부문별 지표들은 최악이다. 수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11.6%에서 -14.1%로 악화됐다. 이는 사상 최악 수준이다.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6%를 기록, 1998년 4ㆍ4분기(-13.4%) 이후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도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ㆍ4분기 -14.2%에서 올해 1ㆍ4분기 -9.6%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1%를 나타내 1998년 4ㆍ4분기(-42.3%) 이후 최악이었다. ◇경기 본격 회복 시기 엇갈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의 의미 있는 반등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높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최근 "대체로 2ㆍ4분기나 3ㆍ4분기 정도가 저점이 아니겠느냐"면서도 "지금 상황은 바닥에서 빠르게 올라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저점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지표 등으로 경기가 바닥권에서 돌아섰다고 볼 수 있지만 회복 속도는 경제주체들이 체감하지 못할 만큼 더딜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한은은 올해 전기 대비 성장률이 상반기 0.4%, 하반기 0.9%로 경기가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오는 2010년 성장률이 3.5%에 이르지만 이는 올해 2% 이상 감소한 수준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회복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세계경기가 불투명하고 국내 기업구조조정도 예고되고 있어서 2007년 말 이후 경기 하강 국면에서의 본격적인 회복은 상당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