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7월에 4.5%로, 4개월째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기 회복의 결정적 증거로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성장둔화에 빠져있는 미 경제가 안정되고, 경기회복의 원동력인 소비가 유지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많은 기업들이 경영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대량해고를 단행했음에도 불구 미 경제가 여전히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0월(3.9%)부터 상승, 지난 4월에 4.5%를 기록한후 5월 4.4%, 6월과 7월에 4.5%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 월가에서는 7월 실업률이 기업의 대량해고로 4.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2ㆍ4분기에 미국 경제가 8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기업 부문에서 최악의 경영실적을 냈지만, 소비 부문의 활력을 지탱할 노동시장은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조업 부문의 가동률을 가늠케 하는 미국 구매자관리협회(NAM) 지수는 7월에 하락하고,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도 하락했다. 그러나 실업률이 안정을 유지함에 따라 고용 악화-소비 부진-경기침체- 소득 감소의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는 한풀 꺾이게 됐다.
실업률 안정은 미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정보기술(IT) 분야의 붕괴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 산업등에서 창출된 새로운 일자리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재리드 번스타인는 지난 98년 4월이래 미국 전체 취업인구에서 제조업 부문의 비중이 15%였는데, 지금은 13%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 서비스 부문에서 이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 기업들이 대량해고를 단행하면서 정규직을 임시직으로 전환, 다시 채용하는 방식(Fire and Hire)을 채택함으로써 실업률 하락의 완충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가정주부ㆍ노령층마저 고액의 임금을 받고 취업하던 노동시장의 거품이 올 상반기에 해소됨으로써 기업들이 실제로 필요한 인원으로 정비했다.
그러나 기업 부문의 정리해고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미국의 실업률은 적은 폭이나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초 실업률이 연말에 5.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엔 4.7~5.0%로 낮춰잡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