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까. 우리가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왜 매우 재미있을 때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지루하고 초조할 때는 더디게 느껴질까. 왜 시간은 사고ㆍ위급한 상황ㆍ환각 상태에 있는 사람, 완전히 몰입한 운동선수에게는 유난히 천천히 흐르고 심지어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시간이라는 개념의 속박에서 벗어나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소개한 심리 분석서다. 시간에 관한 심리학의 5가지 법칙을 소개하고 인류학ㆍ물리학ㆍ철학ㆍ문학ㆍ초심리학 등을 동원해 시간의 개념을 폭 넓게 조명한다. 우리는 흔히 10대에는 시속 10km, 30대에는 30km, 70대에는 70km식으로 나이에 비례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말한다. 19세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이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한 사람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느끼는 시간의 길이는 그가 살아온 인생 자체의 총 길이에 따라 변한다. 10살 소년에게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이고, 50살의 남자에게는 50분의 1이다. 만약 태어난 지 1개월 밖에 안 된 아이라면 일주일은 무려 살아온 삶의 4분의 1에 해당하므로 일주일이 영원처럼 계속되는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속도와 중력에 대해 상대성을 띠며 사건의 발생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두 가지 사건은 동시에 일어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속도에 따라 시간차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례대로 일어난 일이라 해도 빠르게 움직이던 사람에게는 순서가 거꾸로 보일 수 있다. 블랙홀에서는 시간도 멈춘다.
저자는 '제2의 시간'은 결국 심리적 시간이라며 시간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는 것도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최대한 낯선 환경을 찾고 낯선 경험을 하는 것도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좋은 방법이다. 현재의 상황에 익숙해져서 무감각화 메커니즘이 작동하려 할 때마다 새로운 환경과 경험을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이는 철학가 장 마리 귀요(Jean-Marie Guyau)의 발언, 즉 "인식하는 시간의 양을 늘리고 싶다면 시간을 수천 가지 새로운 경험으로 채워나가라. 흥미진진한 여행을 시작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스스로를 새로이 하라"는 것과도 상통한다. 저자는 이미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대신 현재에 충실한 것도 우리가 시간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