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 전 대통령 딸 다혜씨 "난 아버지에게 칼 겨누기 위해 밟아야 하는 말일 뿐"

12일 X 계정에 글 올려 장기 게임에 비유

검찰 압수수색 후 "수치심 물밀듯" 기억 거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5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다혜씨와 함께 서 있다. 뉴스1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5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다혜씨와 함께 서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즈려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馬)일 뿐”이라고 적었다. 자신을 장기 게임의 말에 비유한 것이다. 전 남편이자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의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취업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다.



다혜씨는 이날 새벽 5시쯤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고, 가만히 있으면 그것이 기정사실화 되어버린다”며 “무엇보다 이젠 더 못 견딜 것 같아서. 나는 나를 위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 범죄자도 아닌데 집을 압수수색을 당한다는 것이 진정되기엔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깨달았다”며 “수치심이 물밀듯 밀려왔다”고 지난달 말 자신의 집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기억을 거론했다.



다혜씨는 “수 시간 뒤져질 때만 해도 부끄러울 것 없으니 괜찮다 자위했는데 막상 종료 후 그들이 돌아가고 나니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며 “그전까진 애정했던 내 것들을 마구 다 버리고만 싶었다. 채광을 위해 환하게 뒀던 창에는 두꺼운 암막 커튼을 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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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씨는 “‘그들’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동시에 그들도 말이고 나도 말에 불과하다. 이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이어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즈려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일뿐”이라며 “그들은 대통령은 물론 당 대표까지 ‘그들(검찰)’ 출신으로 구성된 된 초유의 정국에서 뭐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고단한 말일 것”이라고 했다.

다혜씨는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집요하게 근 10여년 간 모든 사생활이 국민의 알권리로 둔갑해 까발려졌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이러한 일에, 인격이 말살당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무감해지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다혜 씨의 전 남편 서씨가 2018년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취임 후 이 전 의원이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로 취업해 불거진 '특혜 채용' 논란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당시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급여 2억여 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다혜씨 집과 그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전시 기획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등 피의자’로 적시돼 있었고, 뇌물 액수는 서씨가 2018년 7월~2020년 4월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실소유한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임원으로 취업해 받은 급여와 체류비 등 2억 2300여만 원으로 특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혜씨는 최근 잇달아 SNS에 글을 올려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에는 엑스 계정에 “그 돌을 누가 던졌을까’, ‘왜 하필 내가 맞았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구절을 인용,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며 “그 개구리가 되어 보면, 머리는 빙빙 돌고 몸은 늘어져 가고 숨은 가늘어지는데도 ‘그 돌을 누가 던졌을까’, ‘왜 하필 내가 맞았을까’ 그것만 되풀이하게 된다”고 했다.

다혜씨는 지난 3일에는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문 전 대통령은) 엄연히 자연인 신분인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이제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또 “‘경제공동체’란 말을 만들어서 성공했던 지라 다시금 추억의 용어를 소환해서 오더(?)를 준 건가”라며 “그런데 우리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운명공동체’인 가족”이라고 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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