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찜닭’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B 씨는 최근 가게를 내놓았다. 팬데믹 기간 배달 음식이 잘되는 것을 보고 창업했지만 3년 동안 남은 건 ‘빚’이다. 생닭, 불닭 소스 등 본사에 필수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품목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배달비와 쿠폰 행사 등으로 지출이 늘면서 본사에 추가로 물품을 발주할 돈이 부족해 대출까지 냈다. 약 2만 원의 치킨 한 마리를 팔았을 때 재료비 만 원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 25~30%, 가게 임대료와 수도세, 가스 요금, 인건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5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고물가에 배달비 부담까지 커지자 ‘남는 게 없다’며 가게를 접는 음식점 주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배달 수수료 인하 압박에도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이 9일부터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비용 부담이 오히려 커지면서 한계 상황에 도달한 자영업자들이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6일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의 패스트푸드 점포 수는 5858개로 지난해 동기(6110개) 대비 4.3% 감소했다. 치킨 전문점 수도 지난해 1분기 5676개에서 올해 1분기 5521개로 2.7% 감소했다.
장사를 접으려고 매장을 내놓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 점포 직거래 플랫폼 아싸점포거래소에 따르면 5일 기준 맘스터치 매장 양도를 희망하는 점포가 총 9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이 22곳, 서울이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8개), 경남(8개), 부산(7개) 등의 순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양도 희망 점포 수가 bhc 101개, BBQ 53개, 교촌치킨 36개 등 190곳에 이른다. 매장을 유지할 여력이 없는 일부 가맹점주들은 권리금을 포기하고서라도 넘기겠다며 양수자를 찾는 중이다.
양도 매물로 많이 나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 매출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맘스터치의 경우 점포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의 40%가량이 배달 매출에서 발생한다. 배달 수수료가 높아질수록 수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배달 대행 업체를 통해 직접 배달을 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배달 플랫폼이 배달 대행 업체를 인수하거나 수수료 정책을 바꾸며 막힌 상황이다. 배달 플랫폼 3사 중 중개 수수료가 음식 가격의 6.8%로 가장 낮았던 배달의민족은 9일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를 주문 금액의 9.8%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쿠팡이츠(9.8%), 요기요(9.7%)의 중개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배민이 ‘가게배달’ 정책을 변경한 것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게배달은 수수료가 저렴하고 주문 고객들에게도 일정 부분 배달비를 부담하도록 할 수 있어 자영업자들이 선호해왔다. 하지만 배민이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주문 고객에게는 배달비를 무료로 하도록 권장하면서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배달비를 부담하도록 바꾼 것이다. 자영업자 C 씨는 “배달 팁에 이어 거리나 우천 시 할증 요금도 모두 우리한테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직접 배달을 뛰고 싶어도 인건비 부담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발이 커지자 배민은 가게배달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무료 배달 시행 시 건당 2000원의 배달비를 최대 4개월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과점 체제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적인 배달 플랫폼 시장에 대한 일종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플랫폼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공정거래법이나 다른 법규 등을 통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플랫폼이 3사 과점으로 가다 보니 과점 시장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정부 구조 플랫폼을 시도하거나 사회적인 압박을 통해 과도한 행동을 제지하는 경고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