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배달비 부담까지 커지자 ‘남는 게 없다’며 가게를 접는 음식점 주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배달 수수료 인하 압박에도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이 9일부터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비용 부담이 오히려 커지면서 한계 상황에 도달한 자영업자들이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5일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의 패스트푸드 점포 수는 5858개로 지난해 동기(6110개) 대비 4.3% 감소했다. 이 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점포가 2670개에서 2491개로 7.7%나 줄어 감소 폭이 컸다. 일반 점포는 2.2% 줄었다. 치킨 전문점 수도 지난해 1분기 5676개에서 올해 1분기 5521개로 2.7% 감소했다. 역시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3492개에서 3324개로 4.8% 줄었다.
장사를 접으려고 매장을 내놓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점포 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경우 전국에서 100개 가까운 점포가 매물로 나온 상태다. 맘스터치의 전국 매장 수가 1430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약 7%에 해당하는 매장이 손바뀜을 기다리는 셈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빅3로 불리는 bhc·BBQ·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이 내놓은 매장 수도 19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유지할 여력이 없는 일부 가맹점주들은 권리금을 포기하고서라도 넘기겠다며 양수자를 찾는 중이다.
현재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3사의 중개 수수료는 음식 값의 9.7~9.8%이다. 여기에다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음식 값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음식점 주인은 “배달 수수료 및 배달비에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전기요금까지 일제히 올랐다”면서 “배달 주문을 받아 음식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 3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의 배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